[이주일의 책]'기차는 새벽에 도착한다'

  • 입력 2000년 2월 2일 16시 34분


▼'기차는 새벽에 도착한다' 취신후아·스메이쥔 지음/차경섭·고주하 편역/도서출판 대인 펴냄/5500원▼

기차는 새벽에 도착한다.

이 말은 '인생은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비로소 새벽의 빛을 바라본다.' 는 뜻이 아닐까.

가족이라고는 아빠와 딸 단 둘뿐. 그런데 그 딸 '민민'에겐 저주받은 고통이 찾아온다. 6살 어린 나이에 눈이 멀게 된 것. 아빠는 실명선고를 받은 민민에게 좀 더 많은 것, 아름다운 곳을 보여주려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그리고 아직 눈이 멀 것을 모르는 민민에게 본 것들을 잊지말고 꼭 기억하라고 말해준다.

" 아빠, 왜 나한테 꼭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본 것을 잊어버리면 다음에 또 와서 보면 되는데, 왜 자꾸 나한테 꼭 기억하라고 하시는 거에요?"

천진스런 민민의 물음에 아빠 그리고 독자들은 눈시울을 적신다.

민민이 자라면서 아빠와 겪는 갈등의 모습은, 독자를 민민의 편에 서게 하기도 하고 아빠의 편에 서게도 한다. 독자는 민민이 되었다가 아빠가 되었다가 하면서 뜨거운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데…. 민민은 맹아학교 선생님으로 아름답게 성장한다.

민민과 아빠가 기차를 타고 고통의 세월을 지나 빛이 어스름히 비치는 새벽의 기차역으로 들어간다. 우리의 인생도 그러할 것이다. 어두운 밤이 있으면 밝아올 새벽도 있다. 새벽은 더욱 환한 볕을 품은 아침과 낮을 암시한다.

이 소설은 12억 중국인의 가슴을 울린 라디오 드라마를 소설화한 것. 라디오 드라마는 영상의 도움없이 대본만으로 승부를 내기 때문에 원작이 믿을만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요즘은 사랑이 흔하다. 아니 사랑이란 말이 흔하다….

그 가운데 어떤 경우든 희화화할 수 없는 사랑, 그것은 부모의 자식사랑이 아닐까. 이 소설은 그 '절대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이희정<동아닷컴 기자>huib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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