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적용안되는 진료비, 되돌려받을 수 있다"

  • 입력 2000년 1월 13일 19시 11분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는 진료를 받았다면 환자가 동의를 했더라도 나중에 진료비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최근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으로 환자들이 의료보험연합회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민사소송을 통해 최장 10년 전에 병원에 낸 진료비 중 상당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병원들은 환자들의 환불요구가 쏟아질 경우 폐업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특별7부(부장판사 김재진·金在晋)는 지난해말 전주 J병원이 의료보험연합회를 상대로 ‘의료보험요양기관 지정 취소처분’ 등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을 기각하면서 “미지정 비급여 항목 진료는 불법이며 의료보험연합회에서 부당이득금을 징수하고 요양기관 지정 취소를 한 것이 당연하다”고 판결했다.

78년 제정된 의료보험법에 따르면 모든 진료항목은 보험급여를 바탕으로 하며 급여기준에서 규정된 16개 항목만 비보험 항목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포함되지 않은 신개발 치료법이나 재료로 진료를 할 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험 적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병원측은 복지부의 결정이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씩 걸리기 때문에 신치료법을 원하는 환자에게는 관행적으로 비보험 처리를 해왔다.

이번 판결은 병원이 환자의 동의를 받고 비보험 항목에 대해 진료했더라도 법에 규정된 ‘비보험 항목’이 아니고 이처럼 관례적으로 허용돼 온 ‘미지정 비보험 항목’이라면 불법이므로 환자에게 돈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료보험제도가 급속히 발전하는 최신 의학기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병원에서 부득이 관행적으로 임의적 비보험진료를 할 수밖에 없더라도 이는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의 개선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전제, “진료재료를 과다청구하거나 임의적 비보험 진료에 따른 차액을 환자로부터 직접 받는 행위는 의료보험법 제45조 ‘사위(詐僞)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 급여비를 징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금도 일부 환자는 진료 뒤 미지정 비급여 부분에서 진료비를 되돌려 달라고 의료보험연합회에 이의신청을 하고 있으며 의보연합이 병원에 환급을 권유할 경우 병원에선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병원이 의보연합의 권유를 무시해도 환자와의 민사소송에서 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들은 ‘몰라서’ 환불 요구를 못하는 형편. 한편 병원들은 환자들의 진료비 환불요구가 쇄도할 경우 극심한 경영난으로 폐업 위기에 몰리게 된다며 집단반발하고 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의료보험제도의 결함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을 모두 병원에 지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대한병원협회는 이 판결의 논거가 된 의료보험법 29조3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며 학계 의료계 법조계 등에선 “신재료나 신치료법이 나왔을 때 현 법체계상 비보험항목에 포함시켜 치료할 수밖에 없고 이를 막으면 결국 의료기술이 퇴보된다”면서 의료보험 관련법의 개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병원협회 홍태숙(洪台淑)기조실장은 “병원 수입의 상당액을 임의 비급여 진료비로 충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번 판결은 병원폐업 의사면허 반납 등 의료대란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계와 법조계 학계 등에선 대부분 이번 사태가 불완전한 법과 의료시스템 때문에 생긴 것이기 때문에 이 기회에 의료보험 관련법과 행정시스템의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이번 판결이 있기 전인 지난해 2월 삼성의료원에서는 비급여 치료를 제한하는 의료보험법 제29조3항이 환자의 치료선택권과 의사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므로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으며 현재 심리 진행 중이다.

<이성주·이호갑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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