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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월 8일 0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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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살라’는 투의 책이 한참 유행이었다. 우리는 마음에 드는 옷과 가구, 자동차 그리고 아파트를 사고 취향에 맞는 영화 한편을 보고나서 기분 내키는 대로 거리를 따라 걷다가 한눈에 쏙 드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식사를 한다. 그런 가운데 자유를 느끼며 내 하고싶은 대로 다 했다는 만족감에 젖는다.
그러나 과연 그 느낌은 진짜일까? 혹시 착각은 아닐까? 우리 삶의 모든 소도구들을 디자인하고 광고를 통해 유행시킨 사람들, 그리고 우리 삶의 무대를 꾸민 사람들이 배후에 숨어있고 우리는 그들의 손짓에 따라 자동인형처럼 움직인 것은 아닐까? 그 영화의 시나리오, 배우의 연기, 연출자의 상상력 수준은 어떤가? 그렇게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적 삶 속의 갖가지 디자인에 대한 의식적인 반성을 일깨우는 무크지, ‘디자인 문화비평’이 창간됐다.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그러나 광고가 하나도 없고 볼 것은 많다.
‘디자인 문화비평’은 “디자인 이면에 작용한 작업논리와 사고를 대중적 소통의 장으로 전이시킴으로써 대중문화 형성에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발간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이를 필자 나름의 도표로 제시해 본다.
장소:수술실
환자:한국의 디자인 문화
병명:잘 고쳐지지 않는 몰상식
수술부위:도시 건축 조각 영화 회화 그래픽 광고 패션….
주치의:디자인 문화비평
수술도구:면도날
수술내용:
‘한국 공공미술에는 진정한 공공성이 없다’
‘호돌이 마스코트와 태극은 우리 것에 대한 지나치게 도식적이고 경직된 이미지다’
‘한국 건축은 삶의 문화를 이끌어주지 못하고 있다’
‘종합예술인 영화에 관한 학제간 공동연구가 부족하다’
디자인 문화에 대한 단 하나의 진리나 만장일치의 합의점을 찾기 보다는 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논의를 일깨우는 것이 이 잡지의 기대 효과다.
조정옥(철학박사·성균관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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