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로커들 "뮤직비디오 안찍어"… 판촉 효과 없어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9시 14분


미국 로커들이 뮤직비디오를 시큰둥하게 생각하고 있다. 제작비(30만∼50만달러·약3억6000만원∼6억원)에 비해 판촉 효과가 별로인데다 케이블 음악채널인 MTV 등에서 록을 홀대해 뮤직비디오에 더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중음악 주간지 빌보드는 최근호 머릿기사로 “힙합 히트곡 뒤에는 뮤직비디오가 있으나 록은 이제 그렇지 않다”고 보도했다. 81년 MTV 개국 이래 ‘보는 음악’이 대세였던 록계의 전략이 90년대 들어 180도 바뀐 것. 특히 조성모 등 한국 가수들이 음반 제작비를 웃도는 돈(1억∼2억원)을 뮤직비디오에 쏟아 부어 홍보의 주무기로 삼는 최근의 경향과는 대조를 이룬다.

80년대 ‘메틀리 크루’ 등 인기 록밴드들은 뮤직비디오를 앞다퉈 제작했으나, 90년대 들어 그룹 ‘펄 잼’은 뮤직비디오를 보이콧했다. 이들은 92년 노래 ‘Jeremy’ 이후 뮤직비디오를 찍지 않았다. 펄 잼은 “뮤직비디오로 과다 노출돼 그룹 이미지가 훼손됐다”면서 “앞으로 뮤직비디오를 발표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인기 그룹 ‘크리드’도 뮤직비디오에 반감을 갖고 있다. 97년 데뷔한 이래 처음 두 곡의 뮤직비디오를 발표하는데 그쳤다. 리더인 스콧 스탭은 “음반사에서 뮤직비디오를 계속 내라고 종용했으나 우리는 더이상 TV의 바보가 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98년 데뷔한 인기 그룹 ‘트레인’도 첫 싱글 ‘Free’의 뮤직비디오를 내지 않았다. ‘트레인’의 리더 보컬 패트릭 모내한은 “뮤직비디오가 중요하나 음반사가 가수들의 이미지 관리는 도외시한채 판촉 수단으로만 여기기 때문에 그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신곡 ‘Meet Virginia’의 뮤직비디오를 냈으나 그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밖에도 최근 미국내 라디오 록차트의 톱40 중 뮤직비디오를 낸 그룹은 ‘라우드마우스’ 등 4개에 불과했다.

미국 록계의 수준급 뮤직비디오 제작비 30만∼50만 달러는 싱글 음반 한 장을 내는 돈(5만∼10만 달러)의 몇 배에 이르는데 그 비용은 가수들의 로열티에서 뺀다.

로커들은 뮤직비디오 제작비로 전국 순회 홍보 이벤트를 갖는 게 낫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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