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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5일 2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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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철학을 연구해 온 중국 화둥대(華東大) 천웨이펑(陳衛平)교수의 이런 문제의식은 19세기 말 중국이 서양문명의 충격을 받으면서부터 계속돼 왔다. 후스(胡適)는 미국 철학자 존 듀이의 실용주의를 중국의 비유학파(非儒學派)와 결합했고 량수밍(梁漱溟)은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의 사상을 양명학과, 장준마이(張君)는 앙리 베르그송의 철학을 송명이학(宋明理學)과 엮었다. 진위에린(金岳霖)과 펑여우란(馮友蘭)은 신실재론을 정주(程朱)철학과 연결했고 중국공산당은 마르크스주의를 중국혁명 및 전통철학의 성과와 접목했다.
이러한 합류에는 우열장단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결과적으로는 통일된 세계 철학의 기원이 되는 길을 열어 놓았다”는 것이 저자의 평가다.
저자는 유교와 천주교의 만남에서 현대신유가와 중국공산주의까지 중국철학과 서양철학의 만남을 정리하고 일곱 가지 주제별로 두 철학을 비교했다. 자연관, 과학사상, 논리사상, 윤리사상, 종교관, 역사관, 자유관.
중국인이 자연을 ‘기(氣)’의 생성 변화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았다면 서양인은 자연을 ‘원자’의 결합으로 보았다. 중국인의 과학사상을 지배한 것이 유기체적 사유였다면 서양인이 원자라는 개념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연역이나 귀납추론이라는 형식적 사유의 결과였다.
중국의 경우 사회의 경제적 정치적 토대가 된 것이 가족제도였다면 서양의 경우 그것은 사유제도였다. 중국에서는 혈연과 윤리의 영향으로 개인이 사회공동체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서양의 경우 개인이 사회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개체 의식이 일찍부터 발달했기 때문이었다. 고재욱·김철운·유성선 옮김 319쪽 1만1000원
〈김형찬기자〉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