財는 돈(貝)을 다루는 재주(才)며 閥은 자랑하기 위해(伐) 만든 문(門)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缺點(결점)은 숨기고 長點(장점)은 드러내고 싶어한다. 옛날 중국 당나라 때 재미있는 풍조가 유행했다. 공을 세운 자들이 자신의 功績(공적)을 나무 조각에 적어 걸어두곤 했던 것이다. 물론 誇示(과시)하기 위해서다. 본디 대문 앞에 커다란 기둥을 좌우 하나씩 세워 걸어두었던 것이 후에 오면 아예 대문의 양쪽 기둥에 걸게 되었다.
이 때 왼쪽 기둥의 것을 閥(벌),오른쪽의 것을 閱(열)이라고 했다. 이른 바 閥閱인 것이다. 대체로 閥에는 功績을, 閱에는 經歷(경력)을 적었다. 그러니까 閥閱이 있는 집안이라면 보통 집안은 넘는 셈이다. 그래서 누구나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경의를 표하곤 했다.
그러나 그 閥閱이 當代(당대)에 그치지 않고 자손대대로 傳承(전승)되면서 과시 혹은 이용의 수단이된다면 羨望(선망)보다는 嚬蹙(빈축)의 대상이 되기 쉽다. 軍閥(군벌) 門閥(문벌) 族閥(족벌) 派閥(파벌) 學閥(학벌)이 그다지 좋은 뜻으로쓰여지지않는이유도여기에 있다.
財閥은 본디 돈으로 이름난 家門(가문)을 뜻했던 것이 이제는 거대한 企業群(기업군)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예부터 閥이 좋지 않은 뜻으로 사용되었던 탓인지 평소 財閥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한동안 내로라 하는 유수 財閥의 總帥(총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