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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28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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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푹푹 찐다. 이쯤 되면 누구나 길을 떠나고 싶어진다. 산이든 바다든, 특별히 정한 곳이 없더라도 무조건 짐을 싸고 떠나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그런데 현실이 어디 그런가? 휴가 날짜도 잡아야 하고, 예약도 해야하고 복잡하다.
그런 번잡스러움을 다 생략하고 싶은 사람은 윤대녕의 신작 소설「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을 읽어볼 일이다. 윤대녕의 소설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는 미지의 세계가 담겨있다. 가장 낯익은 일상마저도 윤대녕을 통하면 여행길에 만난 짧게 빛나는 이미지로 탈바꿈한다. 그래서 윤대녕의 소설을 따라 읽다보면 잠깐이나마 먼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이번 신작 단편집에도 그 특유의 떠남의 정서가 잘 드러나있다. 선운사, 구례장, 타클라마칸 사막, 광주터미널, 로댕갤러리, 런던과 에스키모 왕자. 윤대녕이 자신의 소설을 끌어나가는 모티브다. 다들 너무도 이국적이거나 강렬해서 그저 소재로 한몫 보려는 소설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생길 정도다. 하지만 윤대녕은 강한 소재로 소설을 만들면서도 거기에 휘둘리지 않고 리얼리티의 미세한 결을 살려내 독자와 공감을 만들어낸다.
답답한 오후, 숨쉬기마저 힘겨우면 이 책을 꺼내들고 나무 밑을 찾아 매미소리와 함께 해질녘까지 읽다보면 몸과 마음이 한결 촉촉해져 있을 것이다.
임성희<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