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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11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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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에 과꽃이며 코스모스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윤희의 학교는 개학을 앞두었고 살아남아 치욕스런 재판을 받았던 광주의 벗들은 서른 여섯 번째의 광복절을 맞아서 특별사면과 형집행정지와 가석방 등으로 풀려났다. 김 선생을 빼고는 관련자들도 거의 석방이 되었다. 어쨌든 살아남은 사실은 감격스런 일이었지만 그 뒤로 십여 년을 그들은 목숨 값을 빚지고 말았다는 자괴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 무렵에 윤희는 나의 초상을 거의 마무리 했다. 그것은 내가 있었던 시대가 남긴 젊은 날의 마지막 얼굴이 되었다.
계절이 바뀌기 직전에는 언제나 바람이 불고 비가 왔다. 초여름부터 시작되는 장마란 끈끈하고 후덥지근하게 데워진 습기가 대기를 채우지만, 가을의 문턱에서 비 오는 날이면 보다 을씨년스러운 한기가 썰렁하게 하늘을 채운다. 그리고 아직 마르지않은 나뭇잎들도 거세게 흔들리는 가지를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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