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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4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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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부문에선 너무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는 일찌감치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문학부문의 특징은 소설에서 박상륭 현기영 조정래 김원우 등 노장의 약진이 두드러진 점. 심사위원들은 “90년대 소설의 신세대 돌풍에 대해 노장들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시가 퇴조하고 에세이가 득세했지만 에세이의 문학성 부족은 여전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견해.
자연과학부문에선 국내에 처음 번역 출간되어 관심을 끌었던 뉴턴의 ‘프린시피아’(서해문집)가 탈락된 것이 화제 중의 화제. 책의 제목부터가 틀린데다(‘프린키피아’가 옳다) 문장이 난삽했기 때문. 심사위원들은 “과학분야의 책이야말로 정확한 용어와 좋은 문장으로 번역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
인문분야 심사위원들의 지적도 음미할 만하다. 그 지적은 국내 인문과학서적들이 찾아보기(색인)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 번거롭다는 이유만으로 찾아보기를 생략한다면 신뢰성에 큰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신의 역사’(동연)는 최종심에 오르고도 번역상의 문제로 탈락한 아까운 책.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스럽게 일깨워준 사례다.
‘6월의 책’으로 선정된 도서가 모두 찬사를 받은 것은 아니다. 특히 인문부문 심사위원들은 선정 사유 말미에 비판의 ‘토’를 빠뜨리지 않았다.
‘역사의 길목에 선 31인의 선택’(푸른역사)의 경우, ‘고대사 부분은 상당히 약하며 책의 전체적 관점에서도 다소 일탈해있다… 구색 맞추기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
‘시뮬라크르의 시대’(거름)에 대해선 “들뢰즈 철학을 훌륭하게 요리하고 있음에도 명쾌한 서술보다는 현학의 과시에 치우쳤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예술부문 심사위원들은 책장정과 만화 부문을 포함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