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독서]「철학의 오늘」「자아와 자유」

  • 입력 1999년 4월 30일 19시 45분


★「철학의 오늘」올리히 뵘 엮음 이진우 옮김 끌리오 300쪽 10,000원★

★「자아와 자유」엄정식 지음 길 321쪽 12,000원★

세기말 인간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기존의 도덕과 가치관은 허물어지고 새로운 목표와 길은 보이지 않고…. 이럴 때 ‘사유의 학문’인 철학은 짙게 드리워진 안개를 걷어내고 우리에게 맑고 푸른 하늘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인가?

이같은 의문에 해답을 제시하려는 철학책들이 나왔다. ‘철학의 오늘’은 우리 시대 문제의 핵심을 포착, 철학적 해결방향을 보여준다.

‘자아와 자유’는 황폐해진 자아가 풍족한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철학의 오늘’은 88년부터 96년까지 독일 쾰른의 서부독일방송(WDR)이 같은 이름으로 1백회에 걸쳐 방영한 철학 프로그램의 내용을 정리한 책. 비중있는 철학자 30여명이 나와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를 철학적으로 살피고 있다.

철학자들은 인간의 됨됨이를 되묻는다.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다. 그 결과로 인간 존재가 위협받을 지경에 이르게 되면 우리는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철학자들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 도덕도 혁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기이식 유전자조작 인간복제 등의 현대 과학기술이 부작용을 낳는다고 해서 그것을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다고 수용자세를 보인다.

같은 이유로 역사의 전환기에 기존의 가치상실과 변동을 한탄하기보다는 우리를 결속할 수 있는 가치가 어떤 것인가를 탐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가치는 항상 있게 마련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보인다.

‘자아와 자유’에서 저자(서강대 교수·철학)는 ‘자아상실시대에 자유가 더 많아지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주제로 지난 10여년간 탐구해온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

저자는 “현대인은 그동안 정치 경제 사회적인 자유에 너무 예민해져 서로 많이 부딪친 나머지 자아가 황폐해졌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성숙한 자유민주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윤리적이고 종교적이며 심미적인 자유에 관심을 많이 기울일 때 우리는 더욱 풍요로운 자아와 대면하게 된다”고 제안한다.

저자는 한편 정보화사회의 가상공간이 만들어낸 ‘사이버(Cyber) 자아’를 ‘사이비(似而非) 자아’라고 비판한다. 사이비 자아가 더 빨리 ‘자아 분열현상’을 가져오지만 인간의 자아개념이 뿌리까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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