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예상 올 여름「에어컨 대란」조짐

  • 입력 1999년 4월 18일 19시 52분


유난히 무더웠던 94년 국내 에어컨 수요는 당시 가전업계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이었다. 업계는 당초의 30만대 생산목표를 수정해 부랴부랴 라인을 풀가동했지만 6만대를 추가 생산하는 데 그쳤다. 가전업체 직원들은 에어컨을 구해달라는 청탁에 시달리다가 아예 자리를 피했을 정도. 이듬해인 95년 에어컨 시장규모는 80만대로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5년이 지난 올해 에어컨 시장에서 또다시 대란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출위주로 전환〓에어컨은 IMF 경제위기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품목 중 하나. 업계는 지난해 에어컨 수요가 40% 가량 줄어들자 수출 위주로 전략을 수정했다. 때마침 수출이 호조를 보여 전체 에어컨 라인의 90%가 수출용으로 전환됐다.

수출이 크게 늘자 핵심 부품인 로터리와 컴프레서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에어컨을 더 만들어낼 여력이 없는 실정. 현재 상황에서 내수가 폭발하면 대책이 없다. 요즘엔 비용절감을 위해 재고를 쌓아두지 않기 때문에 비축물량도 없다.

▽수요 폭발 가능성〓에어컨 수요의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날씨.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엘니뇨가 올여름 한반도에서 어떤 심술을 부릴 지가 최대 관심사다. 기상청은 그러나 올해 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끝나 무더위 기간이 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일고 있는 부동산붐도 에어컨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 새집을 마련하거나 이사할 때 에어컨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 폭발을 예상한 일부 대형 유통점을 중심으로 이미 에어컨 사재기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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