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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2월 26일 2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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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변두리 상가 지역에서 빵집이나 당시에 흔하던 칸막이가 있는 경양식집을 접촉 지점으로 삼았다. 빵집에는 생활에 바쁜 어른들이나 치안 종사자들 대신에 아녀자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저녁 시간의 빵집은 자리도 텅 비어 있기 마련이었다. 아니면 경양식집의 안쪽 후미진 칸막이에서는 조명도 어둡고 데이트 하는 젊은이들 뿐이고 음악 소리도 커서 안심하고 우리들의 얘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대개는 최동우와 동행이거나 박석준이 있기도 했다. 우리는 다른 곳에서 전화를 받는 건이의 연락을 기다리며 생맥주 한 조끼를 앞에 놓고 몇 시간씩 기다려야 했다. 안전 신호는 ‘집에 간다’라는 말이 전부였다. 소집할 조가 있으면 건이가 조장을 다른 곳에서 만나 우리에게로 데려왔다. 작전은 대개 퇴근시간 무렵에 진행되기 마련이고 치고나서 안전 지대까지 빠지고나면 여덟 시 쯤이 되었다. 안전 점검은 건이가 나가는 날도 있었고 석준이로 바뀌는 날도 있었다. 우리는 모두 단벌 양복이지만 깨끗이 다려 입고 흰 와이셔츠에 단정하게 넥타이를 맸다. 누가 보더라도 퇴근 무렵의 얌전한 월급장이 모습이었다. 웨이터가 전화를 받으라고 이름을 외우고 다녔다.
김 대리님 전화 받으세요.
내가 칸막이에서 나가 전화를 받았다.
나 김 대린데….
형님들, 혜순이가 데이트를 하겠다는데요.
그럼 이리 데려와.
<글: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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