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적 주세조정 임박… 소주업계 초긴장

  • 입력 1999년 2월 4일 19시 33분


‘소주대란’

주세체계의 전면적인 조정이 임박하면서 주류업계가 폭풍전야의 긴장상태다. 소주와 맥주 양주를 중심으로 주세율이 대폭 조정될 경우 연간 5조원 규모의 국내 주류시장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대중주인 소주업계. 세계무역기구(WTO)가 소주와 위스키 등 증류주의 세율을 동등하게 적용하도록 지난달 결정한데 따라 세율을 크게 올려야 하는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1조3천9백억원의 매출(출고가기준)에 전체 주류 소비중 27.5%를 차지한 소주는 세율에 따라 최고 30% 가까이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IMF불황으로 소비가 격감한 위스키업계는 세율이 인하될 경우 10% 이상의 시장 확대효과가 기대돼 대조적인 상황.

소주업계는 전국의 10개 소주업체 관계자들이 잇따라 만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고민. 소주업계는 시장조사전문회사인 AC닐슨이 최근 전국 5대도시 90개 업소와 6백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근거로 시장붕괴의 위험을 호소하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가정에서 구입하는 소주(3백60㎖)의 평균가격은 현재 8백50원대.

그러나 소주주세를 100%로 올릴 경우 가정에서 1천4백10원에 소주를 사야하고 이렇게 되면 소비량은 27%이상 감소한다는 것.

주세가 70%가 되더라도 소비자가는 1천75원으로 오르며 소비량은 17%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위스키업계는 위스키주세가 현행 100%에서 70%로 떨어질 경우 시장이 10% 이상 확대되고 60%로 인하되면 매출이 14%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전체 주류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맥주업계가 맥주의 세율을 낮춰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서 소주는 양주와 맥주로부터 융단폭격을 맞고 있는 상황.

OB 하이트 진로쿠어스 등 맥주3사 사장단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국내맥주의 주세(130%)를 낮추기 위해 대정부 건의안을 낼 움직임이다.

맥주업계는 맥주의 주세를 현행 120%에서 100%로 낮추더라도 판매량이 70% 가량 늘어나 오히려 세수가 증가할 것이므로 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OB맥주의 지분 50%를 갖고 있는 벨기에 인터브루사는 지난달 총리실에 주세인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향후 맥주업계의 외자유치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내 주류업계는 그러나 정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대한주류공업협회를 통해 통일된 건의안을 만들기로 하는 등 조심스런 자세.

정부는 주세조정에 관한 이행계획서를 다음달 18일까지 WTO에 제출해야 하고 이과정에서 소주가격이 오르고 맥주와 양주가격이 내리게 되면 대중주로서 소주의 위상이 급격히 퇴조할 것으로 주류업계는 내다본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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