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재야」틀 깨고 시민속으로 파고든다

  • 입력 1998년 12월 21일 19시 24분


‘시민의 생활속으로.’

‘제4의 정부’라고 불릴 만큼 우리 사회에서 날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시민단체. 80년대말 태동해 중앙정부의 정책을 감시하거나 인권문제에 관심을 집중해온 이들 시민단체가 최근에는 활동영역을 시민의 삶과 밀접한 분야나 지방정부 감시 등으로 넓히고 있다.

소액주주운동과 재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올 한해 크게 주목받은 참여연대(02―723―5300)는 전 서울시 6급주사 이재오씨 구속으로 다시 문제가 된 중하위직 공무원 부패와 관련해 ‘부패방지법 제정 입법청원운동’을 벌여왔다. 현재 부패방지법은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참여연대는 또 ‘작은권리찾기운동’을 통해 서울시정 정보공개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서울시장의 판공비가 얼마가 되는지 버스사업관련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지 행정정보 공개를 청구해 서울시로 부터 답변을 얻어냈다.

시민단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02―724―8841)은 올 2월 지방자치단체 의원이나 시민들이 지자체의 예산을 잘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예산학교를 운영했다. 서울시의원 4백80명 중 1백40명이 예산학교에서 공부할 정도였다.

경실련 예산감시위원회는 내년에 ‘구예산 감시단’도 결성, 시민들이 각 자치구 예산을 직접 감시토록 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또 내년에 납세감시운동도 전개해 시청이나 구청이 세금을 걷어야할 곳에서 제대로 걷는지도 감시할 계획이다.

도시연대(02―332―6044)는 올 여름의 지하철 7호선 침수사고 직후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한 시민감사를 청구, 서울시가 1개월간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도록 했다. 도시연대의 ‘걷고 싶은 도시만들기 운동’은 서울시의 보행권 조례 제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서울의 교통문화와 관련한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는 녹색교통운동(02―720―7879)은 올 한해 횡단보도 설치운동을 벌여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경찰청은 녹색교통운동이 제시한 곳에 횡단보도 설치를 약속했고 쾌적한 출근길을 방해하는 갖가지 시설물도 철거중이다.

서울시청의 한 고위관계자는 “시민단체는 과거 재야단체의 일방적이고 감성적인 주장에 머무르지 않고 감사청구나 헌법소원 등 합법적인 수단으로 시정을 감시하고 있다”며 “시정책을 결정할때 시의원이나 언론 못지않게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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