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농성천막 강제철거…신도 40여명 전격강행

입력 1998-11-27 19:10수정 2009-09-2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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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농성자의 ‘명동성당 시절’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수십년 동안 시위농성자들의 ‘성역’처럼 인식됐던 명동성당이 농성자들의 천막을 강제철거했다.

27일 오전 10시경 서울 중구 명동성당 평신도대표기구인 사목협의회(회장 김영철)소속 신도 40여명이 성당 구내에 설치됐던 농성천막에 대한 강제철거에 들어가 모두 6동의 천막중 5동을 강제 철거했다.

이날 명동성당에는 한총련 만도기계노조 전국건설일용직노조연맹 금성기공노조 등의 대표 15명이 6개의 농성천막을 지키고 있었다. 이중 전국건설일용직노조연맹은 5월부터 장기농성 중이었으며 나머지 단체도 3∼5개월째 농성중이었다.철거에 나선 신도 40여명은 1t 트럭과 망치 등 각종 장비를 이용해 약 4시간에 걸쳐 성당앞에 설치돼있던 천막을 철거했다. 그러나 만도기계노조 천막은 수배자 2명이 자진철거 의사를 밝혀 철거대상에서 제외됐다.

신도들의 강제철거 과정에서 농성 중이던 학생 노동자들과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한총련소속 허모양(18·덕성여대1)이 왼쪽팔에 상처를 입고 인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천막에서 농성 중이던 김희준(金熙埈·36)만도기계 노조사무국장은 “트럭을 동원한 신도들이 사전통보도 없이 갑자기 들이닥쳐 성당아래쪽 천막부터 철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농성자들은 “9월 농성자대표와 성당측이 협의를 갖고 연내 자진철거 계획을 밝힌 상태에서 강제철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한편 신도들은 “이미 수개월전부터 농성자들에게 천막을 자진철거해줄 것을 요구했는데도 장기 노숙을 하며 성당시설을 훼손하고 있으며 겨울철을 맞아 화재와 동사의 우려도 있어 성당 관계자와의 협의를 거쳐 철거에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명동성당에는 5월부터 퇴출은행노조 민주노총 한총련 등 10여개 단체가 번갈아가며 천막농성을 벌여왔으며 장덕필(張德弼)주임신부는 7월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농성자들의 자진 철수를 공식 요청한 이후 수차례 자진 철거를 종용해 왔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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