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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0월 19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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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권력은 개발독재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지만 나쁜 유산을 더 많이 남겼다는 것이 나의 관점이다. 무엇보다도 국가 정보기관의 정치공작, 정치군벌과 지역차별, 왜곡된 언론구조, 북한과의 극단적 대결 구조가 박정희 권력에서 자라났다.” 책 서두에서 저자는 단언한다.
최고 권력자의 얼룩진 사생활, 개인의 수족에 불과했던 국가정보기관, 70년대초 외국 유명언론의 표지를 돈으로 사 독재를 미화하고자 했던 일 등이 책 갈피갈피를 장식한다. 아울러 ‘대통령 채홍사’역을 맡았던 박선호의 육성증언, ‘유신의 심장을쏜’김재규의 최후진술 등 부록으로 곁들인 두개의 녹음테이프가 책을 놓칠 수 없게 만든다.
“정신문명의 풍요보다 물질의 가치를 절대적 우위에 두고 자유를 팔아 질서를 사며 합리적 과정보다 독선적 결단을 더 평가하는 것이 개발독재 아래 신민(臣民)문화의 특징이다. 끝없는 개발독재를 요구하는 한국의 정치문화에서 나는 정치적 마조히즘 냄새를 맡으며 허무주의에 사로잡히고 만다….”
저자는 동아일보 기자로 있던 80년 강제해직된 뒤 88년 복직, 현재 동아일보 논설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푸른숲. 13,000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