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이집트의 전통과 현대 「벤츠와 당나귀」

  • 입력 1998년 8월 17일 20시 09분


▼벤츠와 당나귀 (홍혜선 지음)

이집트에 가면 IBM을 만난다.

시도 때도 없이 되풀이 들어야하는 이집트 말, 인샬라 부크라 말리쉬. 그 첫머리 글자를 딴 약어(略語) IBM.

‘인샬라’는 신의 뜻대로. 일이 잘 되어도 인샬라, 못 되어도 인샬라. 일이 잘 될 것 같아도 인샬라, 잘 안 될 것 같아도 인샬라.

내일을 뜻하는 ‘부크라’. 언제 끝나냐고 물어도 부크라, 언제 연락해 줄래 물어도 부크라. 그저 내일, 내일이다. 이집트의 내일에는 ‘내일’이 없다.

할 수 없지, 뭐. ‘말리쉬’. 남의 차를 박아도 말리쉬, 약속을 어겨 놓고도 말리쉬. 그저 그 말을 되뇌이며 눈만 데굴데굴 굴린다.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이집트에 머물면서 전통과 현대, 동(東)과 서(西)가 끊임없이 부딪치는 그 ‘신비한 공존’의 비밀을 풀어낸 책. 드물게,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먼 나라’를 가까이서 들여다 본다.

카이로의 중심가에 줄지어선 벤츠의 행렬, 그리고 그 옆을 유유히 걸어가는 당나귀 수레는 어쩌면 20세기 이집트의 또 다른 얼굴일지 모른다…. 삶과꿈. 8,500원.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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