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메일 열린신문/대화 한달]「주인 독자」 날로 는다

  • 입력 1998년 6월 29일 19시 53분


동아일보가 전자우편 E메일을 통해 기자와 독자간의 쌍방향 대화 통로를 마련한지 한달. E메일로 기사를 비판하고 평가하며 자신의 의견을 신문제작에 반영시키는 ‘주인 독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기자 이름마다 E메일 주소를 명기한 1일부터 동아일보 편집국 각 부서 기자들은 자신이 쓴 기사가 게재된 당일과 그 다음날 많을 경우 20∼30여건의 독자 편지를 전자우편으로 받고 있다.

E메일을 주로 보내오는 독자층은 역시 사이버세대인 20,30대. 내용은 기사내용, 편집방향, 기사제목 등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혹독한 비판이 많았다.

지난 한달간 전자우편 사서함이 가장 뜨겁게 달구어진 분야는 역시 월드컵 대목을 맞고 있는 체육면과 구조조정 격변을 겪고 있는 경제 정치면. 차범근감독 경질 발표가 보도된 22일 체육부 기자들의 전자우편함은 새 편지 도착을 알리는 안내문이 하루종일 꺼질 줄 몰랐다.

“자메이카나 체코와 우리대표팀과의 친선경기 때 선수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자 ‘유럽선수들에게는 대인방어가 적절하다’고 찬양했던 우리 언론들. 그러나 네덜란드에게 참패하자 차범근감독의 대인방어를 혹독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는데….”(mhjo@megalogic.com)

감독경질에 대한 찬반의견은 엇갈렸지만 한결같이 축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을 겸비한 편지들이었다.

구조조정 보도와 관련해서도 실물 경제의 현장에 있는 직장인들, 전문가들의 비판섞인 충고와 당부가 이어졌다. 언론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대목을 짚어주는 내용이 한둘이 아니어서 ‘오만했던’ 기자들의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을 정도. 이처럼 E메일을 통해 전달되는 독자들의 비판은 전화를 통한 항의 때에 비해 논리적이고 차분한 목소리가 많았고 답신과 재답신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오해가 풀리는 대목이 적지 않았다.

비판과 격려 못잖게 기사내용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를 원하는 문의 메일도 많았다. 특히 기사와 관련한 단순한 질문 차원을 넘어서서 ‘아프리카 경제 상황에 관한 상세한 자료를 보내달라’는 등 방대한 자료와 도움을 요구하는 정중한 메일도 여럿 있었다.

E메일 대화이후 나타난 또다른 현상은 독자와의 대화에서 국경이 없어진 점. 평소 궁금한게 많아도 국제전화로 문의할 엄두를 못냈던 해외 거주자들과 외국인들의 메일이 자주 배달되고 있다.

이처럼 독자들이 보내준 메일들은 지난 한달간 지면 제작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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