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렇게 키워요/츠베토프교수부부]『예능취미 갖게』

  • 입력 1998년 6월 22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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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태어난 사내아이 알료샤(8)는 서울 건국대 캠퍼스에서는 유명인사. 세 살부터 이곳의 사택에 살면서 캠퍼스 곳곳을 안마당처럼 돌아다녔기 때문.

그는 강의실이나 도예실습실도 불쑥 찾는다. 어깨머너로 배워 만든 어설픈 작은 그릇들은 그의 보물목록 1호.

알료샤의 아버지는 건국대 러시아 문학을 가르치는 게오르기 A 츠베토프(52)교수. 어머니는 성균관대 러시아어 교수인 나탈리아 S 츠베토바(38).

츠베토바. “강의에 매달리다 보니 아이 혼자 있을 때가 많아 캠퍼스를 순례하는 습관이 생긴 것 같아 안쓰러워요. 학생들이 잘 받아줘 누구와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성격으로 자라 다행이예요.”

츠베토프. “교수라 해서 남다른 교육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경험에 비춰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하는 책읽기 그림 등 예능분야에 취미를 붙여줄 생각입니다.”

알료샤는 책읽기와 시낭송을 좋아한다. 가끔 집에서 대학생들과 시낭송회를 한 탓에 어지간한 어른들의 시는 한 두줄 읊조린다.

문학을 즐기는 러시아의 전통 때문에 초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 첫머리부터 시가 나온다.

특히 러시아에서 시낭송은 늦저녁 지인(知人)들끼리 모여 서로의 가슴을 여는 오랜 전통이라고 소개.

츠베토프는 ‘알료샤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아이의 성장과정을 비디오로 담고 있다. 망토까지 걸치고 제법 점잖게 푸시킨의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시를 읊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끼리 웃음꽃을 피운다. 또 네 살 때 극장에서 ‘백조의 호수’를 보고난 뒤부터 그 음악이 나오면 발레를 하는 모습을 담은 장면도 폭소거리.

부부는 서울 외국인학교의 학비가 비싸 올초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이모집에 알료샤를 맡겨 초등학교에 보냈다. 5월초 방학이 되자마자 쏜살같이 서울로 온 아이를 보고 고민 끝에 이달말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손가락을 셀 때 새끼 손가락부터 접는 러시아식이 아니라 엄지부터 접는 한국식인 알료샤는 음악가가 돼 한국에 돌아오겠단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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