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마후라들의 「IMF 변심」…『민항社 안간다』

  • 입력 1998년 6월 2일 19시 45분


‘나갈 것이냐, 남을 것이냐.’

공군의 전투기 조종사 A소령은 최근 조기 전역 여부를 놓고 고민해오다 남기로 결정했다. 월급이 많은 민간항공사보다 직장 안정성이 보장되는 ‘빨간 마후라’의 길을 택한 것.

IMF경제난 이후 조기 전역하는 공군조종사의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진급과 연금혜택 등을 뿌리치고 고수익이 보장되는 민간항공사를 선호했으나 요즘은 무게중심이 잔류쪽으로 기우는 형편이다.

과거 공군 조종사가 군복을 벗는 주요 요인중 하나였던 민간 항공기 조종사의 고수익이 이젠 옛말이 됐기 때문. 경영사정으로 상여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비행업무에서 밀려나는 사례도 적지않다.

이에 비해 공군 조종사들은 20년 이상 근무하면 연금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금전적으로도 그리 밀리지 않는다.

이러한 보라매들의 변심에 공군당국은 흐뭇해하고 있다. ‘준비된’ 조종사층이 두꺼워져 공중전 능력이 향상됐기 때문.

공군관계자는 “교육 연수 등으로 빠지는 인원을 고려하면 조종사수가 정원보다 20%가량 더 필요하나 현재는 정원에 약간 못미치는 수준”이라며 “IMF경제난의 영향으로 조종사 부족현상이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간항공사는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조종사 채용을 대폭 줄이는 추세. 한 항공사 관계자는 “조종사 한명을 자체양성하는 데 2억원 가량이 들기 때문에 훈련된 공군조종사들을 많이 선발해 왔으나 지금은 있는 조종사들도 외국항공사에 빌려줘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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