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취임/시민들 기대와 다짐]『힘모아 주자』

  • 입력 1998년 2월 25일 20시 04분


대통령은 취임식장에서 목이 메었다. 감격에 겨워서가 아니었다. “잘못은 지도층이 저질러 놓고 고통은 죄없는 국민이 당하는 것을 생각할 때 한없는 아픔과 울분을 금할 수 없습니다.” 50년만의 여야정권교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취임사를 지켜본 시민들은 ‘경제 국난’을 솔직히 인정하면서 지도층의 각성을 촉구하는 목메인 호소에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난국극복을 위해 서로 손잡고 대통령에게 힘을 모아주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날 아침 TV로 생중계된 취임식을 지켜본 여병구(呂秉九·66·서울 성북구 종암동)씨는 “김대통령의 비장한 취임식 장면에서 예전과는 다른 걸 느꼈다. 모든 공약이 이번엔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런 대통령을 위해 온 국민이 힘을 합친다면 마침내 경제국난이 극복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황해도 출신인 여씨는 “대통령이 특히 죽어가는 고령 이산가족들을 언급할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토로했다. 참여연대 김형완(金炯完)국장은 “취임사 도중 ‘지도층의 잘못으로 대다수 국민이 고통을 받게 됐다’는 대목에서 대통령이 울먹이는 것을 보고 종전의 의례적인 취임식과는 많이 다르고 진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새정부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과 단체들은 정부가 우선 경제위기부터 극복해 주어야 하며 그 과제가 달성되려면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음식점을 경영하는 한경숙(韓慶淑·38·여·경기 고양시 일산구)씨는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이 피해를 많이봤다. 하지만 하루빨리 경제가 회복되도록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 한국민의 저력을 보일때”라고 말했다. 중소 광고업체를 운영하는 이일재(李一宰·35)씨는 “지금까지 대기업의 횡포와 정경유착으로 중소기업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중소기업에 대한 근본 지원책을 수립하고 대기업의 정경유착과 문어발 확장을 반드시 근절해달라”고 희망을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최정기(崔頂基)경쟁력강화팀장은 “대기업간의 상호지급보증 금지를 통해 기업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기업체질 개선에 힘써 주길 바란다”고 건의했다. 경실련의 고계현(高桂鉉)정책부장은 “법과 제도 개혁을 우선해서 국민 참여를 통해 국정 운영의 새 시스템을 짜야 한다. 이를 통해 경제를 살리고 국민만이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동의를 얻어 과거 정권에서 시도만 하고 결과는 없었던 재벌 구조조정에 힘써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국연합 이창복(李昌馥)상임의장은 “새 정부는 지역 계층 차별을 해소하고 최근의 경제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책임이 무거운 정부이다”며 취임사를 통해 피력한 정치개혁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병행, 문화발전 교육개혁 및 복지증진 평화통일을 위한 여러 공약들을 충실히 이행해 국민에게 보답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정성희(鄭星熙)대외협력국장은 “정치 교육 사회 전분야에서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노동자들도 힘을 낼 수 있도록 생활안정을 보장해 전국민이 통합된 힘으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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