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들 『엄마,생일상 사양할래요』 결의문 발표

  • 입력 1998년 1월 23일 19시 59분


“우리나라가 빚더미 속에 빠져 나라가 망할 판에 생일은 찾아 무엇하겠습니까. 나는 부모님께 생일잔치에 드는 돈을 달라고 해서 저금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외국빚을 다 갚으면 그 돈을 다시 통일하는데 쓰면 좋겠습니다.” 23일 오전 8시반경 경기 성남시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 제3강의실. 전국 50여 학교에서 모인 65명의 초등학생이 ‘국제통화기금(IMF) 시대에 대한 우리의 결의’를 발표하며 생일잔치를 반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백범 김구선생의 어머니 곽낙원(郭樂園)여사께서는 생신날 미역국을 끓여드시라고 독립투사들이 모아드린 돈으로 무기를 사서 아들에게 주며 ‘내가 배불리 먹을 한그릇의 미역국보다 이 총 한자루가 독립을 앞당기는 데 더 필요하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전날 백범기념관을 다녀온 어린이들의 목소리에는 독립투사의 비장함까지 담겨 있었다. 인간성회복운동 추진협의회의 주관 아래 ‘나는 내일의 지도자’라는 주제로 2박3일간 연수를 마친 초등학생들은 자신들의 키높이에서 IMF시대를 바라보았다. 서울 상은초등학교 6학년 최윤영양. “TV와 신문에서 우리나라에 금이 약 3천t이 있다고 하던데 현재까지 금모으기운동으로 모인 양은 1천t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나머지 금은 어디에 있는거죠.” 아이들은 외제학용품을 좋아하고 언니 오빠들이 쓰던 물건을 물려받기는 싫어하던 자신들에 대한 반성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어린이들은 ‘몽당연필 볼펜껍데기에 끼워 사용하기’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 달러 벌어들이기’ 등 다양한 IMF 극복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가장 많은 의견은 뜻밖에도 ‘불쌍한 사람들의 집을 자주 찾아간다’는 것이었다. 어린이들은 이 난국을 ‘어깨동무로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해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권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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