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살과의 전쟁」 藥으로 이긴다

  • 입력 1997년 12월 31일 18시 33분


‘올해에는 꼭 살을 빼고야 말겠다.’ 다이어트는 새해 결심을 적어놓은 리스트에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살이 찔 만한 음식은 절대 입에 안대고, 하루 30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조깅을 하고….‘식이요법’과 ‘운동’이라는 다이어트의 기본 원칙을 충실히 지켜보지만 살은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몇 ㎏ 빠졌나 싶다가도 방심하면 어느새 출발점으로 돌아오기 일쑤다. 손쉽게 살을 빼는 방법은 없을까. ‘살 빼는 약’이 곧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비만한 사람들에게는 복음과 같은 소식이다. 살 빼는 약의 연구는 △식욕을 억제하거나 △소화 흡수를 막거나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등 세 가지 과정에 집중되어 있다. 뚱뚱한 사람의 대부분은 음식을 먹어도 별로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비만 치료에 대한 연구 가운데 가장 활발한 것은 식욕과 관련된 특정한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켜 배고픔을 잊게 하는 연구다.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펜―펜. 연구자들은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인체에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물질은 ‘덱스펜플루라민’ 등에 의해 분비가 촉진되며 이를 상품화한 게 바로 펜―펜이다. 이 약은 95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후 미국 전역에서 날개 돗친 듯 팔려 나갔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살은 빠지지만 심장 계통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판매가 금지됐다. 최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또 하나의 물질이 ‘렙틴’이라는 호르몬. 유전자 조작으로 렙틴이 분비되지않는 생쥐가 보통 생쥐의 두 배 이상 살이 쪘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의 유전공학관련 회사인 ‘암젠’은 1억달러에 이 물질에 대한 생산권을 발견자인 록펠러대에서 사들여 연구를 벌이고 있다. 인체와 렙틴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비만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호르몬을 주입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미 1단계 실험은 마치고 현재 임상 2단계 실험이 진행중이며 수년내에 상품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확실한 다이어트법은 먹지 않는 것이지만 과식했을 때는 잠들기 전에 고추성분을 먹는 것도 한가지 방법. 몸안의 에너지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도 살이 찌지 않는 수는 없을까, 미래의 다이어트법은 여기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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