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청모-강선미씨 부부, 하객앞에서 장기기증 서약

  • 입력 1997년 12월 20일 20시 03분


『우리 부부, 하늘이 부르는 날까지 열심히 살다가 죽은 후에도 새생명을 살리는 밑거름이 되겠습니다』 20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삼성생명 빌딩 9층 대강당. 결혼식을 올리는 안청모(安靑模·35) 강선미(姜先美·27)씨 부부는 2백여명의 하객들앞에서 장기기증을 서약했다. 안씨부부는 삼성생명 영상미디어파트에서 함께 일하다 결혼에 골인한 사내커플. 안씨는 3년전부터 사내에서 실시하는 봉사활동으로 동화책을 읽어 녹음테이프로 만들어 수유리 한빛 맹아원의 아이들에게 갖다주는 일을 해왔다. 우연히 전에 일하던 방송국에 갔다가 사랑의장기 기증운동본부의 박진탁(朴鎭卓)목사를 만나 장기기증을 결심한 안씨는 한달전 예비신부에게 이같은 마음을 털어놓았다. 처음에 깜짝 놀라던 강씨는 『어머니가 신장이 안좋아 수술하신 적이 있다』며 자신도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안씨부부가 사후 기증하기로 서약한 것은 각막 시신 뼈 등 모든 신체. 뇌사시에는 장기도 기증하기로 했다. 안씨 부부는 결혼식비용을 최대한 줄여 이날 들어온 축의금 중 30만원을 『불우이웃을 도와달라』며 장기기증운동본부에 기탁했다. 결혼비용을 줄이기위해 예식장은 무료인 회사강당에서 하고 식장장식 등은 꽃집을 하는 형수에게 부탁했다. 제주도 신혼여행을 위해 공항으로 갈때는 지하철을 이용했다. 주례를 선 사랑의장기 기증운동본부 박진탁목사는 『뜻깊은 약속을 한 만큼 서로 행복하고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달라』며 『장기기증은 당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에 하게되므로 많은 젊은이들이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하객들에게 부탁했다. 결혼식을 마친 신부 강씨는 『결혼한 후 만약 싸우게 되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한 약속을 떠올리게 될 것』이라며 『소중한 약속을 한 만큼 건강하게 살기위해 서로 아껴주며 열심히 살거예요』라고 말했다. 사랑의장기 기증운동본부 02―706―0101 〈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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