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한파 출판가, 용기있는 사람들 잇달아「신장개업」

  • 입력 1997년 12월 17일 20시 49분


연말 출판가가 뒤숭숭하다. 어디서고 불황이 새삼스러울 게 없는 요즘이지만 고려원을 끼고 있는 계몽사가 부도를 낸 데 이어 국내 최대 서적도매상인 보문당이 휘청거리고 있다는 소식은 모두를 우울하게 한다. 그러나 사위가 얼어붙은 혹한에도 봄을 기약하며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은 있다. 어려울 때 떨치고 일어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용기와 믿음에서 내일의 희망을 보려 함인가. 문학동네에서 편집부장을 지낸 출판경력 11년의 김정순씨(33). 그가 최근 설립한 출판사 「북하우스」가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추리문학의 본고장에서 애거사 크리스티보다 한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 엘리스 피터스의 「성녀의 유골」 「99번째 죽음」 「수도사의 두건」을 잇따라 펴냈다. 해냄에서 주간으로 있던 박광성씨(43)도 「생각의 나무」를 차렸다. 평소 작가들과의 폭넓은 교류를 감안할 때 문학전문 출판사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다매체 출판업체인 차림에서 이사를 지냈던 박혜숙씨(36)는 푸른숲과 공동출자로 「푸른역사」를 설립, 「새로 쓰는 백제사」 「정도전을 위한 변명」을 선보였다. 그리고 올해 출판계의 무서운 아이 강성원씨(25). 출판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그는 페미니즘 보고서인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에 이어, 비중있는 역사서 「아르마다」 「1587년―아무 일도 없었던 해」를 펴내 학계와 대학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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