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화제의 책]「숨은 그림찾기」/동심그린 시화집

  • 입력 1997년 11월 29일 09시 00분


「바람도 피해 가는/탱자나무 숲//찌푸린 가시 얼굴/무섭다 무섭다아/아지랑이도/슬몃슬몃 달아날 무렵//아니야 아니야/고개 젓는 꽃/여린 가슴 쏟아 놓는/탱자꽃/하얀 웃음」(「탱자나무꽃」). 초등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14년만에 첫 동시집을 낸 조기호 시인(44). 9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너무도 빨리 어른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자책하는 여린 어른의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시동산을 일구어냈다. 「숨은그림찾기」(아동문예 펴냄). 「배추밭/무밭/나비들 날아와 앉는다. /시골 어른들 거친 손등 닮은/잎사귀마다/아무도 모르게 숨겨놓고 간다. /하늘만큼이나 소중한/주근깨/노오란 꿈.//돋보기로 사알짝 들추어 보면/밭고랑을 일구시는/아빠의 땀방울도/송글송글 보인다」(「영희의 관찰일기―알」). 아무리 하잘 것 없는 것들도 어린이의 맑고 깨끗한 눈으로 들여다보면 서로를 아끼고 챙겨주는 고운 마음이 고개를 내미는 모양이다. 못생긴 배추 잎사귀, 무 잎사귀에서 나비가 심어놓고 간 노오란 꿈을 보고, 송글송글 맺힌 아빠의 땀방울을 느끼는 동심이 예쁘다. 「환한 세상 보고픈/여린 싹/받돋움//뒤꿈치를/사알짝/받쳐주고 있다. //아무도 모르는/엄마 손/흙 묻은/손」(「뿌리」). 텃밭에서 잘 갈무리됐다 이제 선보이는 조시인의 동시들. 한결같이 사랑의 싹을 북돋우려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 동료교사인 강홍숙씨의 해맑은 동심을 그린 컬러그림들과 어우러져 시화집을 이루고 있다. 6,000원.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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