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연극배우라 불러다오』
「잘 나가는」 CF스타 최종원(48) 명계남(45)이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연극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별로 잘생기지도 않은, 진국으로 살아온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주름살에 담은 중년의 남자들이 어느날 갑자기 CF에 튀어나와 얼굴을 휴지처럼 구기며 익살맞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들은 젊음을 송두리째 바친 연극판에서는 돈도, 명예도 얻지 못했지만 영화판 조역으로 얼굴 팔고, 코믹CF로 돈벌어가며 연극판을 지키는 열혈 배우라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OB라거 주세요』로 유명해진 최종원은 올해 「광고 모델의 개인별 호감도」 조사에서 톱모델을 제치고 1등에 올라 놀라움을 안겨줬다. 「랄랄라」로 뜨는 바람에 코믹배우로 인식되고 있지만 무대에서의 연기는 삶의 무게와 인간적 체취, 진한 페이소스가 물씬 풍겨나는 것으로 더 유명하다.
연극만 고집하던 그가 「마누라 죽이기」 「남자는 괴로워」 같은 영화와 CF에서 웃음을 보이게 된 것은 『더는 이사 다니기 싫다. 아빠는 돈을 피해 사는 사람이냐』던 대학생 딸들 영향이 크다. 덕분에 이제는 「먹고 살 만한」 수입을 올리게 됐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다.
『내가 연극배우라는 것을 모르는 젊은 사람들은 날 보면 웃기부터 합니다. 변명하기도 지쳤어요. 「랄랄라 인기」가 연극으로 옮겨지기를 바랄 뿐이지요』
사인 요청을 받으면 「연극배우 최종원」이라고 쓰는 그는 내년초 신파뮤지컬 「불효자는 웁니다」와 이강백희곡제에 나가 정통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연극은 돈이나 명예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평생의 업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게 그의 연기관.
명계남은 하이트 맥주광고에서 손님 줄 술을 혼자 마셔대는 웃기는 주방장으로 나온다. 잘생긴 김승우와 좀도둑 모델도 했다.
KBS드라마 「파랑새는 있다」와 ITV 「명계남의 제3의 눈」 등에서 탤런트와 진행자로, 영화 「초록 물고기」의 배우와 제작자로 이름과 얼굴이 팔렸지만 올해만 2편의 연극에 출연하고 5편의 연극을 제작한 「명배우」다. 왜냐하면 성이 명씨인데다 『과연 명배우』라 불릴 만큼 자연스러운 연기가 특징이므로.
CF와 방송 영화에 나가 번 돈으로 연극하는 것이 그의 취미이자 특기. 그러나 제작 출연한 「이혼해야 재혼하지」만 빼고 4편이 「깨졌다」.
『이제 얼굴 좀 알려졌으니 돈이나 벌지 왜 자꾸 연극해서 빚지느냐는 질문을 곧잘 받지. 하지만 내겐 질문이 안돼. 연극은 내가 밥먹고 사는 것처럼 「그냥」 해야 할 일이거든』
70년대 대학가에서 명배우로 유명했던 그가 연극판을 떠난 것도 흑백TV에 차압 딱지가 붙을 만큼 혹독했던 공연 실패 때문이었다. 타고난 재기발랄함을 대기업 기획실에서 펼치다가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죽자』고 마음먹고 10년만인 93년 동숭동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빚을 져도 행복하다. 「내가 자는 사이에 남들이 나만 빼놓고 재미있는 일을 벌일 것 같아 잠을 못자는 것」만 빼놓고.
〈김순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