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은 「국보」인데 동대문은 「보물」인 까닭은?

  • 입력 1997년 11월 12일 08시 58분


국보 제1호 숭례문(崇禮門·남대문)과 보물 제1호 흥인지문(興仁之門·동대문). 모두 조선 한양 도성의 사대문인데 왜 하나는 국보이고 하나는 보물인가. 석축을 쌓고 무지개모양의 홍예문을 만든 것이며 그 위로 정면5칸 측면2칸의 2층 목조누각을 세운 것이며, 외형상으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다른게 있다면 남대문과 달리 동대문엔 반원형의 방어용 옹성(甕城)을 쌓았다는 점. 이처럼 외관이 흡사하면서도 국보 보물로 등급이 갈리게 된데는 무슨 연유가 있을까. 우선 역사적 의미에서 차이가 난다. 1398년 만들어져 1447년 수리한 남대문은 현존 도성건축물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반면 동대문은 조선말인 1869년 완전히 새로 지은 건축물. 따라서 시기적으로 훨씬 앞서는 남대문이 역사적 가치에서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 미학적인 비교도 빠질 수 없다. 남대문은 현존 성문중 규모나 장중함에서 최고일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절제와 균형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남대문이 굵은 목재를 사용, 남성미를 보여준다면 동대문은 다소 가는 목재를 이용해 기교적인 여성미를 보여준다는 것이 문화재연구소 김봉건 미술공예실장(한국건축사)의 설명이다. 건축미학의 핵심은 공포 양식. 공포는 목조건축물에서 처마를 안정감있게 받쳐주기 위해 기둥 위부터 대들보 아래까지 짧은 여러 부재를 중첩으로 짜맞춰놓은 것이다. 기둥 위에만 공포를 짜놓은 것은 주심포(柱心包)식, 기둥위뿐만 아니라 기둥과 기둥 사이에 여러 개의 공포를 짜놓은 것은 다포식(多包式)이다. 남대문 동대문은 모두 다포식. 다포식은 주심포식보다 위쪽 무게를 다양하게 분산하며 동시에 건축물을 세련되고 화려하게 장식하는 효과가 있다. 남대문의 공포는 간결 견실한 세련미로 다포식의 전형을 보여주는 명작. 동대문은 공포의 바깥끝을 소혓바닥처럼 길게 처리하는 등 지나치게 장식에 치우친 감이 있다. 동대문의 지나친 장식에 관해선 「조선말의 퇴락을 반영한 것」이란 견해와 「지나친 장식화가 미학적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봐선 안된다」는 견해가 있다. 똑같은 다포식이지만 건축사적으로 보면 남대문이 훨씬 가치가 높다. 다포식은 조선에 이르러 정착한 건축양식. 따라서 다포식을 취한 남대문은 시기적으로 고려∼조선으로 넘어가는 전통건축의 변화상을 반영하고 있다. 이같은 건축사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이 매우 드물기 때문에 남대문은 동대문과 달리 국보의 지위를 구가할 수 있는 것이다. 남대문과 동대문의 비교는 이처럼 공포를 포함해 기둥의 배흘림(가운데가 약간 나온 형식), 처마곡선 등의 조화를 통해 다양하고도 독특한 조형미를 창출해내는 우리 전통건축의 미학을 읽어내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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