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모자이크 소설이다. 80년 5월16일부터 27일까지의 상황이 85개의 특정한 시각과 장소로 나뉘어 서술된다. 서술자도 장마다 바뀌어 50여명에 이른다.
작가는 『「광주」라는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발을 담그게 된 다양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진술을 통해 당시의 사건 전개상황을 총체적으로 재구성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중심인물은 한원구와 그의 세 아들. 이웃집 처녀와 영화구경을 갔다가 시위대에 가담해 결국 도청에서 사살되는 장남 무석, 공수부대에 자원입대했다가 고향에서 벌어진 살육극에 차출된 둘째아들 명치, 대학신입생으로 투사회보를 만들다 마지막날 시내에서 탈출하는 막내 명기가 항쟁의 주요현장에 등장한다.
그러나 소설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것은 작위성이 강해 보이는 중심 인물보다는 이들과 맞물려 소설에 등장하는 평범한 화자(話者)들의 서술이다.
수녀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가 진압에 희생된 여고생, 젊은 여성들을 희롱하는 공수부대원을 말리다 피투성이가 되는 중년의 사내, 눈앞에서 승객이 진압부대의 대검에 난자당하는 모습을 본 택시기사….
이들의 진술을 통해 소강국면이었던 시위가 어떻게 시민항쟁으로 번져나가게 됐는가가 밀도있게 그려진다.
작가는 「광주민중항쟁사료전집」 등을 기초로 이 평범한 화자들을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