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음반전문지 그라머폰이 주최하는 97 그라머폰상 수상자와 수상음반이 28일 발표됐다.
올해 그라머폰 음반상에서 최고영예인 「올해의 레코드」는 EMI사의 푸치니 오페라 「제비」에 돌아갔다.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부부 주연.
「차세대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두사람이지만 급격히 떠오르는 명성 만큼이나 「무취미하다」 「음성이 불균질하다」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 수상 결정은 그들의 신혼생활에 가장 값진 선물이 될 듯하다.
푸치니의 「제비」는 그의 후기 오페라중 가장 외면 받아왔던 작품. 따라서 이 음반의 수상은 잊혀져온 작품에 대한 「복권」의 의미까지 담고 있다. 푸치니는 비엔나풍 오페레타로 작곡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이 작품에 착수했지만 1차대전의 발발로 계약이 취소됨으로써 「오페레타도 정통 오페라도 아닌」 어정쩡한 작품이 되어버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알라냐와 게오르규는 작품에 나타난 세기말적 감상주의를 서정적인 음성과 섬세한 표현으로 소화해내 비평가들의 칭송을 받았다. 아리아 「도레타의 꿈」에서 게오르규는 물기를 머금은 듯한 청순한 음성의 매력을 십분 발산했다. 최근 EMI에서 푸치니 「라보엠」, 베르디 「돈 카를로」 등연속적으로 오페라 음반을 내놓은 지휘자 파파노의 치밀한 설계도 돋보였다는 중평이다.
그러나 이번 그라머폰상 최대의 스타는 단연 소프라노 크리스틴 셰퍼. 비디오부문(베르크 오페라 「룰루」) 성악 독창부문(슈만 가곡집) 등 두개 부문에서 영예를 안았다. 노래솜씨와 연기 모두 일급으로 인정받은 셈. 셰퍼는 알린 오제와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에게 성악을 배우고 모차르트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 이르는 작곡가의 오페라와 가곡에서 활약중인 전방위 소프라노다.
성악부문 후보에 올랐던 메조 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의 「사랑의 노래」는 지휘자 정명훈씨가 피아노 반주를 맡아 관심을 모았지만 최종 단계에서 셰퍼의 슈만 가곡집에 자리를 양보했다.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