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영화」,아이의 시각통해 인간 모순 고발

  • 입력 1997년 10월 31일 07시 22분


동심(童心)을 통해 세상을 비추는 기법은 칡넝쿨처럼 얽힌 현실을 투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쓰여져왔다. 국제영화제 대상 등을 수상한 「동심 영화」 명작들의 경우 전쟁과 독재, 가난 같은 인간의 모순을 아이의 눈동자 속에 압축시켜 보여준다.이때 그늘진 역사는 예외 없이 아버지나 어머니의 부재(不在)로 상징되며 아이들은 고립 속에 세상을 겪어간다.「동심 영화」의 최초 걸작으로 꼽히는 「금지된 장난」에선 폭격으로 부모를 잃은 소녀 폴레트가 시골 농가로 흘러들어가 소년 미셸과 나치의 만행을 바라본다. 감독 르네 클레망은 전쟁의 책임이 어른들의 잔인성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아버지가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폴레트와 헤어지게 된 미셸이 십자가를 모조리 부숴버리는 항거는 이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미셸은 폴레트의 장미 장식을 부엉이 둥지에 갖다놓으며 중얼거린다. 『백년 동안이라도 이걸 지켜주렴』 독일 영화 「양철북」 또한 전쟁을 배경으로 부조리한 어른들의 세계를 그렸다. 「금지된 장난」이 다소 다큐적인 기법을 사용했다면 「양철북」은 난쟁이 소년을 통해 기괴하고 마술적인 상징을 보여준다.스티븐 스필버그의 「태양의 제국」 역시 부모와 헤어진 미국 소년이 일본 포로 수용소에서 겪는 전쟁의 모순을 그리고 있다.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골든글러브 대상을 수상한 「정복자 펠레」는 인간의 근원적 모순인 가난을 체험하며 신세계에의 희망을 품는 소년 펠레의 이야기다. 어머니는 죽었고 농장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늙은 아버지는 아들이 영원히 간직할 희망의 한마디를 전한다. 『얘야, 네가 원한다면 너는 세계를 정복할 수도 있단다』 「개 같은 내 인생」 「피아노」는 이들 영화와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개 같은 내 인생」의 주연 잉그마르가 아이들의 성숙을 보여줬다면 「피아노」의 조연 안나 파킨은 말 못하는 어머니의 어쩔 수 없는 불륜을 세상에 누설하는, 이야기 전개의 장치와도 같은 역할을 했다. 〈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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