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표류 조선상선 구호기록 발견 화제

  • 입력 1997년 10월 11일 19시 59분


97년 동안 일본 관공서 창고안 먼지에 덮여있다 발견된 빛바랜 몇장의 문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는 구한말 당시 한일 양국 민간인들 사이에 있었던 감동적 사연이 담겨 있다. 대한제국에 대한 일제의 경제적 침탈이 심화되던 1900년. 이해 1월12일 일본 혼슈(本州) 후쿠이(福井)현 오바마(小濱)시 도마리(內外)해안에 한 척의 목선이 도착했다. 배에는 선장 허희일(許希一)과 상인 등 93명의 한국인들이 빈사상태로 타고 있었다. 1899년11월2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 함경북도 명천앞바다를 향하던 중 태풍을 만나 조난한 것. 한국인들은 이때부터 1월19일 귀국할 때까지 일주일간 도마리 어촌주민들로부터 식량과 숙소를 제공받았다. 주민들은 『도저히 모른 체 할 수 없다』며 일본정부의 눈을 피해 은밀히 이 일을 했다. 부산항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사카(大阪)로 향하던 날 한국인들은 고마움과 이별의 슬픔에 옷소매가 젖도록 눈물을 흘렸다. 한국인들은 그해 12월 촌장과 유지앞으로 각각 1통씩의 감사편지를 보냈다. 「당신들이 보여준 호의를 잊지 않고 영원히 후손들에게 알리겠다」는 내용. 이번에 발견된 빛바랜 문서는 바로 이 편지와 당시 촌장이 작성한 구호일지 등. 도마리촌 주민들은 이를 계기로 최근 조금씩 돈을 모아 「한국선조난구호기록」이라는 책도 냈다.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를 앞둔 양국 국민들이 좀더 가까워지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는 것. 이 지역 주민인 오모리 가즈요시(大森和良·후쿠이 현립도서관주사)는 최근 서울을 방문, 『당시 표류했다 돌아간 한국인의 후손을 찾고 싶다』고 밝혔다. 오모리는 『어릴 적부터 이러한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듯이 한국에 후손이 살아있다면 분명히 이 사실을 알고 있을것』이라고 확신했다. 〈한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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