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미뇰라의 낭랑한 활긋기, 달콤한 「사계」음반

  • 입력 1997년 10월 10일 08시 03분


스위스 디복스사에서 출반한 비발디 「사계」 음반이 들어왔다. 「봄」1악장에서 첼로의 낮고 긴 지속음이 마음대로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할 때 「가을」1악장의 첫번째 멜로디가 한옥타브 내려가면서 갑자기 「끙」 힘주듯 커질 때 듣는 사람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오른다. 『뭔가 다르다. 그리고 재미있다』 이 음반은 95년 출반과 더불어 세계 각국의 음반지로부터 찬사를 얻어냈고 그 뒤 프랑스 디아파종상과 쇼크상 등을 받았다. 연주의 주인공은 바이올리니스트 줄리아노 카르미뇰라와 실내악단 「마르카의 유쾌한 음악가들」. 새롭다는 느낌은 음반 첫머리부터 시작된다. 「봄」1악장의 재현부에서 단조주제가 장조로 바뀔 때 솔로 바이올린은 문득 숨을 죽인다. 이어서 천천히 숨을 내쉬듯 솔솔 흘러나오는 장조의 주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달콤하다. 그러나 새롭다는 말만으로는 이들의 연주를 설명할 수 없다. 음반을 접할수록 낯선 느낌은 오히려 뒤로 밀려나고 만다. 기술적인 풍요함이 연주의 「별난」 느낌에 오히려 앞서기 때문이다. 독주자인 카르미뇰라의 「활긋기」는 지극히 낭랑하면서도 표정이 다채롭다. 음표 사이를 잇고 끊으면서 때마다 짓는 선택은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노래」를 만들고 있다. 이들의 음반을 더욱 빛나게 하는 또 한가지 요소는 디복스사의 생생한 녹음이다. 공간의 깊이가 잘 살아나고 현의 질감이 말할 수 없이 매끄럽게 들린다. 〈유윤종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