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이정재『인기는 짧고 연기는 길다』…재기발판 노려

  • 입력 1997년 10월 6일 20시 25분


신세대라는 이름의 「대중문화의 소비자」들은 스타에게 냉정하다. 스타의 몸짓 손짓 하나하나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 같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이들은 변덕스러운 올림푸스의 신들처럼 곧 과거의 스타를 쓰레기통에 던지고 새로운 연예상품을 찾아나선다. 차인표(30)와 이정재(25). 이들은 실제 공통분모를 많이 지닌 연기자다. 한때 자신의 이름을 붙인 신드롬까지 일으켰던 대중의 폭발적 지지, 갑작스러운 군입대, 씁쓰름한 「복귀 성적표」, 그리고 잊혀짐의 과정까지…. 대중문화의 정점에서 추락의 아픔을 공유한 두사람이 이번 주부터 방영되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다시 선다. 차인표는 11일 첫회가 나가는 MBC 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밤8.00)에 출연한다. 수경(최진실)과 결혼하는 형 동규(박상원)의 동생 영규역. 사랑하는 여인을 신데렐라로 만들던 「사랑을 그대 품안에」나 「별은 내 가슴에」의 멋진 귀공자가 아니다. 잘 생긴 얼굴이 유일한 밑천인 건달이다. 부잣집 딸과 결혼해 팔자를 고치겠다는 그의 꿈도 헌신적인 시골처녀 미숙(김지영)의 출현으로 흔들린다. 얼마전 종영된 「영웅반란」의 시골건달 영웅역에 이어 건달로의 「변신 2막」인 셈. 「모래시계」의 보디가드로 시선을 모았다가 영화 「박대 박」으로 인기 곤두박질의 아픔을 경험한 이정재. 2년만에 TV에 출연하는 그는 8일부터 방영되는 SBS 드라마 「달팽이」(수목 밤9.50)를 「집」 삼아 웅크리고 있다. 열세살에서 정신연령이 멈춘 동철역이다. 녹화장 주변에서는 이정재의 연기 때문에 매일 웃음이 터져나왔다. 『연기가 아니라 네 실제 생활이지』 『이정재는 보디가드가 아니라 모자란 동철 역이 딱 맞아』 「별은 내 가슴에」(차인표)에서, 그리고 영화(이정재)에서 실패를 맛본 이들은 지금도 팬들의 사인요청을 받으면 『아직도 내게 인기가 남아있나』하며 짐짓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초고속 성장과 추락의 고통을 짧은 시간에 경험한 까닭일까. 이들은 『무엇보다 잊혀지는 게 가장 싫다』고 말한다. 잊혀진다는 것은 인기와 돈, 유명세 등 화려해 보이는 모든 것을 등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대포장된 스타라는 호칭보다 거품이 빠진 지금이 즐겁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생활 끝나기 전에 꼭 한번 연기 잘하는 연기자로 불리고 싶다』(차인표) 『거창한 변신은 않겠다. 인기거품에 빠져 잊고 있었던 연기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겠다』(이정재)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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