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入필독서 탈피 「사계절 1318문고」 출간

  • 입력 1997년 9월 30일 08시 51분


「가을은 책읽기 좋은 계절이라는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요」. 「1318들에게 딱히 어떤 책을 읽으라고 권해야 될 지 모르겠어요」. 1318들에게는 독서의 계절이 따로 없다. 1년 내내 책 읽으라는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이런 책을 읽으라」는 가이드 라인은 마땅치 않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책이나 읽을 수는 없는 노릇. 이런 고민들을 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책들이 서점가에 선을 보였다.사계절출판사가 펴내고 있는 「사계절 1318문고」가 바로 그것. 지난 3월 출간된 독일의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를 시작으로 출범한 1318문고는 이번달 「오이대왕」까지 모두 7권까지 나와 있다. 1권인 「행복이…」와 2권인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5, 6, 7권인 「다리 건너 저편에」 「너의 용기만큼 큰 산」 「오이대왕」은 외국의 문학작품을 옮긴 것. 반면 3, 4권인 「사람 사이에 삶의 길이 있고」와 「조금만 눈을 들면 넓은 세상이 보인다」는 국내 수필 모음집이다. 1318문고가 그동안의 청소년문고와 다른 점은 교양보다는 청소년 감성에 다가갈 수 있는 순수문학성을 강조한다는 것. 따라서 순수문학 작품의 경우 외국 작품을 그대로 옮겨 적을 수밖에 없는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아직 국내에는 청소년 문학전문작가가 없기 때문이다. 뒤늦게 오는 11월에 나올 8권에서는 처음으로 국내 작가가 쓴 성장소설을 펴 낼 계획이다. 1318문고는 기존의 세계고전명작선이나 한국근현대문학선 하이틴로망스와는 다른 차별성을 내세운다. 세계고전이나 한국문학은 읽기가 어렵고 필독서라는 강박관념과 입시대비라는 측면에서 읽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하이틴로망스는 순전히 재미와 호기심, 얄팍한 대리만족을 위해 읽힌다는 게 이들 작품과의 차별화를 강조하는 이유다. 대신 1318 세대에 맞는 내용과 재미를 함께 갖춘 다양한 나라,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출간, 청소년들 삶의 자양분이 될 수 있는 문고로 자리매김한다는 게 그 취지다. 사계절출판사가 1318문고의 발행을 기획한 것은 지난해. 내용은 괜찮지만 청소년들의 수준에 맞지 않는 작품이나 상업성 짙은 소설들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며 이들의 세계를 함께 느끼고 호흡할 수 있는 문학서를 제공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민족문화작가회의 등 전문기관과의 충분한 협의도 거쳤고 나름대로 시장조사도 마쳤다. 1318문고가 서점가에 선을 보이자 가장 반가워 한 사람들은 일선학교의 교사들. 학생들에게 권할 만한 마땅한 책이 없어 고민이었는데 그 해결책을 찾게 됐다는 반응. 사계절출판사는 1318문고 출간과 함께 모니터단을 운영해오고 있다. 학생 교사 전문가 등 20여명으로 구성돼 책이 나오기 전에 내용을 검토, 출판 여부를 결정하고 책이 나온 뒤에는 독자의 반응을 조사, 다음 호를 낼 때 참고자료로 삼는다. 사계절출판사 최옥미 기획위원은 『청소년 시기는 삶과 세계에 대해 비로소 눈을 떠가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자아와 세계 사이에 조금씩 균열이 생겨 반항과 방황을 배우는 시기다. 이러한 때 문학보다 더 좋은 삶의 길잡이는 없을 것』이라며 『따라서 청소년 문학의 교육적 기능은 어떤 가르침보다도 가치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순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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