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거리 볼거리]삼각지 화랑가

  • 입력 1997년 8월 20일 07시 44분


서울 용산구 삼각지 용산소방서앞 대로변과 맞은편 거리에는 무명화가들의 요람인 오래된 화랑과 화실 화방 액자가게 80여곳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인사동이나 청담동의 번듯한 화랑과는 분위기가 다르지만 이곳도 엄연히 서울시내 몇 안되는 화랑가 중의 하나. 6.25 전쟁이 끝난 50년대 중반 이곳에 화랑과 액자가게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당시 주한 미군들 사이에 고국의 가족들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보내는 일이 유행처럼 퍼진 것이 계기였다. 미군부대와 가까운 이곳으로 초상화 장사꾼이 몰리면서 삼각지 화랑가가 자리를 잡았다. 인사동과 청담동 화랑가가 유명작가나 꽤 알려진 작가들의 그림을 매매한다면 이곳은 가난한 무명화가들의 그림을 주로 판매한다는 점이 다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화가 지망생이나 미술대학을 갓 나온 작가들이 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화방이나 화랑 액자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중 국전입선 등을 통해 그림값이 비싼 「중앙무대」로 본격 진출하는 화가들이 적지 않아 이곳을 「싸구려 화랑가」로 볼 수 없다. 이곳을 찾는 고객은 갤러리를 운영하는 지방의 화상들과 저렴한 가격으로 그림을 사러 오는 시민이다. 가장 인기있는 그림은 단연 풍경화와 정물화. 파스텔화나 수채화도 있으나 유화가 많고 초상화만을 전문적으로 그려주는 가게도 있다. 취향에 따라 그림을 주문할 수도 있고 액자만 맞출 수도 있다. 화가의 경력이나 지명도, 그림의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대개 호당(엽서 한장 크기) 5천∼2만원선이다. 20∼30평짜리 아파트의 거실에 걸기에 적당한 8호 크기의 서양화는 10만∼20만원. 아트포스터의 경우 작은 것은 2만원부터, 많이 팔리는 8호짜리는 5만원 안팎이다. 판화는 10만∼20만원선.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하차해 어느 출구로 나오든지 바로 이곳 화랑가와 만나게 된다. 매장마다 영업시간과 휴무일이 제각각이다. 〈정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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