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거울」에 비친 신부님 모습은…

  • 입력 1997년 8월 10일 08시 51분


천주교 신자와 신학생 수녀, 각각의 눈에 비친 사제는 어떤 모습일까. 일반 신자들에게는 나무랄 데 없는 신부님. 그러나 장차 신부가 될 신학생의 눈에는 냉정하고 도도한 선배, 수도자인 수녀가 보기엔 이기적이고 옹졸한 상사로 비쳐지고 있다. 천주교 원주교구 심한구신부가 최근 발표한 논문「사제에 대한 이미지연구」에 따르면 집단별 설문조사를 통해 사제의 이미지를 △성품 △직무수행태도 △사제직종 △대인관계 등 네가지로 분석한 결과 대인관계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및 원주의 천주교신자 3백43명과 수원가톨릭대 신학생 1백84명, 서울 원주 광주 지역 수녀 2백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부정적인 사제관을 갖고 있는 집단은 의외로 수녀들이었다. 수녀들은 사제의 성품이나 사제직 자체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대인관계 부문에서는 냉정하다 도도하다 옹졸하다 불친절하다 무례하다 등 혹평. 특히 수도기간이 오래된 수녀일수록 응답이 부정적이었다. 신학생들은 전체적으로는 사제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으나 고학년일수록 사제의 대인관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이는 신학생들이 갖고 있는 이상적인 신부상과 그들이 실제 관계를 맺고 있는 사제들의 생활상 사이에 차이를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일반 신자들은 수녀나 신학생들보다 신부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여성신자들은 신부의 이미지로 훌륭하다 유식하다 든든하다 자랑스럽다를 많이 꼽았다. 남성신자들은 착하다는 이미지에 많은 점수를 주었다. 그러나 나이가 젊고 고학력일수록 사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두드러졌다. 심신부는 『일반신자들은 사제와의 만남이 주일미사나 모임에 한정돼 있어 긍정적인 면만을 보게 되지만 수녀는 사제를 도와 본당 사목활동을 같이 하면서 부정적인 면도 보게 돼 실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구성원들은 친절하고 예의바르면서도 자신을 희생하는 사제를 바라고 있다』며 『전교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목권을 갖고 있는 사제가 함께 교회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에게 우호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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