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화제의 책]「똥먹는 아빠」

  • 입력 1997년 8월 8일 19시 46분


「강원도 산골짝 당근 신랑 입장/충청도 두메 산골 사과 신부 입장/전기 믹서 예식장에서 위잉 위잉 결혼식 올리고/내 뱃속으로 꿀꺽 신혼여행 떠난다」(당근 사과 주스의 신혼여행) 일에 치여 정신없이 살던 아빠.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짬짬이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동시를 적어봤다. 제대로 됐을까. 판정은 독자인 아이들이 내릴 일. 여섯살 아홉살 열두살배기 셋을 앉혀놓고 시를 읽는다. 아이들이 깔깔거리면 그제야 마음속으로 『통과, 통과』. 합격판정을 받은 시만 한편 두편 모아보았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들도 동시를 써보겠단다. 아빠가 쓰는 품이 신통치 않다고 느꼈던 것일까. 시를 통해 들여다 본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상상외로 풍부한 감수성의 도깨비 방망이가 몇 개나 들어 있었다. 치과의사를 거쳐 정치인의 길에 들어선 김영환(국민회의 의원)씨가 펴낸 동시집 「똥 먹는 아빠」. 아빠와 아이들의 작품이 모두 모인 시집은 그 제목에서 보듯 소재에 「성역」 「금기」를 두지 않는다. 「아빠의 방귀는/미시시피 방귀/길기는 되게 길다/엄마의 방귀는/물방개 방귀/소리도 냄새도 없다」(아빠의 방귀) 제목 「똥 먹는 아빠」는 천적(天敵)에게 냄새를 들킬까봐 새끼가 똥을 누자 마자 먹어버린다는 새 이야기에서 딴 것. 「아마도 우리를 누가 잡아 가려고 한다면/아빠도 우리 똥을 먹고 말 거야/암 먹고 말 거야」(똥 먹는 아빠)(산하·5,000원)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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