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자들의 쇼핑 모습이 바뀌고 있다.
국내에서 계획을 세우고 나가 쇼핑하는 이가 늘고 쇼핑이 주목적인 해외여행자는 주부들 중심에서 배낭여행대학생 회사원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배낭여행자가 1백만원 이상의 물건을 사오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이웃의 부탁을 받아 열 벌이 넘는 옷을 사오는 이도 있다. 어떤 주부는 한국의 바겐세일보다 유럽이나 홍콩의 세일 일정을 더 챙긴다.
쇼핑관광에 열심인 여행자들은 국내 수입의류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를 댄다. 지난달 이탈리아에 여행갔다가 옷 구두 가방 등 2백만원 어치를 사온 주부 이모씨(32·서울 평창동)는 『같은 브랜드의 상품인데 국내 가격의 3분의1, 4분의1밖에 안돼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일종의 저가충동구매인 셈이다.
문화 예술에 대한 소양이나 관심이 부족해 관광에 재미를 못 느끼는 것도 쇼핑에 빠지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D관광의 박모부장은 『현지 여행사가 국내 여행사와 계약하기 위해 여행비를 적게 받은 뒤 이를 보전하려고 면세점이나 일부 대형백화점에서 커미션을 받고 여행자들에게 쇼핑을 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요즘의 해외쇼핑관광 풍속도.
▼연령과 인기품목이 바뀌었다〓3,4년전까지는 40대 이상의 주부들이 네덜란드나 미국 등에서 보석을, 동남아에서 건강식품을 사오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엔 다양한 연령층의 남녀가 유럽이나 홍콩에서 샤넬 구치 등 유명 브랜드의 의류나 잡화를 주로 사온다. 홍콩의 경우엔 한국인여행자의 30%가 직장여성들이다.
▼살 품목을 정하고 나간다〓여행하기 전에 친척이나 이웃에게 묻거나 백화점에서 유명 브랜드의 가격대를 알아본 뒤 떠난다. 유럽여행의 경우 프랑스 영국 등에서는 구경만 하다가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의류와 가죽제품 등을 집중적으로 사는 이가 많다.
▼세일을 노린다〓여행지의 바겐세일을 노려 여행을 떠나는 이도 늘고 있다.
일부 여행사들은 홍콩이나 유럽에서 7, 8월과 12월에 열리는 세일에 맞춰 여행상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홍콩관광협회 한국지사 이경숙대리는 『홍콩의 경우 면세지역이어서 평소 옷이나 화장품 등이 한국에 비해 10∼30% 싼데다 세일기간에는 최고 70%까지 더 할인을 해 한달 한국인 관광객이 5만명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쇼핑할 지역에만 간다〓단체관광객으로 왕복 항공권을 끊고 특정지역에서 혼자 쇼핑을 즐기다 나중에 합류하는 이도 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의 조르지오 아르마니매장에서 90여만원짜리 양복을 사온 김모씨(40)도 이 경우에 속한다. 그는 매장에서 옷을 몸에 맞게 고치는 사흘 동안 혼자 이 일대 매장을 톺아보면서 쇼핑했다.
〈이성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