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으로도 서구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에코페미니즘. 그러나 동양사상과 우리의 전통사상에도 에코페미니즘의 뿌리가 고스란히 살아있다.
우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모든 불평등을 타파하고 상생(相生)과 화해를 추구하는 에코페미니즘의 목표가 노장이나 불교, 동학사상 등의 가치관과 통하기 때문이다.
노장사상은 우주와 자연 속 만물의 조화를 통해 모든 대립과 차별을 극복하는 관용의 철학이다. 노장에서 남녀 구분, 자연과 인간의 구분은 애초부터 무의미한 것이다. 유기체적 순환적 우주관, 상호의존적 음양관, 만물제동(萬物齊同)의 평등적 사고는 에코페미니즘이 부정했던 서구의 대립적 이원론을 이미 극복한 것이다.
특히 도덕경에 나타난 남녀평등관은 도교의 실천의례 속에 그대로 나타났다는 견해도 있다. 노자가 도(道)를 어머니나 신비스런 암컷에 비유한 점이 그 단적인 예다.
생명운동을 펼쳐오고 있는 시인 김지하씨는 『노장사상이 페미니즘과 꼭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식이나 기본 흐름은 같다』고 설명한다.
우리 전통사상의 경우, 동학과 원불교 등에서 에코페미니즘의 뿌리를 발견할 수 있다. 동학의 인내천(人乃天), 즉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사상은 신분제와 남녀차별을 철저히 부정한다. 모든 만물이 다 존귀한 하느님을 모시고 있기에 서로 공생한다는 사상이다.
전통과 에코페미니즘의 접목을 시도해온 하정남 영산원불교대교수는 『동학뿐만 아니라 원불교도 여성해방운동 생태윤리에 깊은 관심을 가졌었다』고 말하고 『조선 후기에 탄생한 대부분의 신흥종교들은 지금의 에코페미니스트들이 모색하고 있는 신문화운동과 같은 맥락이었다』고 강조했다.
〈이광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