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부부론]기승준-서민순씨의 13가지 결혼수칙

  • 입력 1997년 5월 26일 08시 07분


「가사노동과 경제는 공동으로 책임진다. 일주일에 한번씩 부부 세미나를 갖는다. 올바른 가족 공동체를 지향한다. 부부 공동의 취미를 갖는다. 매일 30분 이상 대화한다. 무심코 TV를 시청하지 않는다…」.

지난 20일 한국여성단체협의회로부터 「새로운 혼례 모델」로 선정돼 평등상을 받은 기승준씨(30·동원증권)와 서민순씨(29·삼성생명)의 결혼생활 13개 수칙.

이들은 지난 1월 결혼식 때 이 결혼수칙들을 하객들 앞에서 하나씩 낭독했다.

이들 부부가 지키고 있는 결혼수칙은 이밖에도 △부당한 언론보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기도로 하루를 열고 닫는다 △자연친화 환경친화적 삶을 산다 △술문화대신 차문화를 지향한다 △서로의 허물보다는 장점을 발견한다 등이다.

이들은 올바른 가족 공동체를 꾸민다는 생각에 결혼준비부터 함께 시작해 비용도 각각 4백만원씩 공동부담했다. 결혼식도 최대한 검소하게 치렀다.

4개월 남짓 달콤한 신혼생활을 보낸 지금 부인 서씨의 몸 속에는 새로운 생명도 생겼으나 서씨는 『임신한 몸이지만 직장을 쉬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내가 남편의 가사노동 분담을 바란다면 아내도 경제적 부담을 함께 져야 하는 게 아닌가요』라고 서씨는 덧붙였다.

이들 부부는 그동안 결혼생활수칙을 지켜온 정도를 80점은 될 것이라 자평한다. 남편 기씨는 『결혼 당시 굳게 결심했는데도 당초 계획대로 일주일에 한번씩 세미나를 갖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회사일 때문에 부부 공동의 취미를 찾는 것도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기씨는 『아내는 여성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존중해주어야 한다』며 『결혼 이후 한번도 다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의 발전이 제 발전의 원동력이죠』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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