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술展,그림-도자기등 조상의 체취 『물씬』

  • 입력 1997년 5월 26일 08시 07분


초여름. 바람이 분다. 「종려나무잎에서 비와 바람이 일어 시원하구나. 안개와 파도가 맑게 소용돌이치니 푸른 허공이 흔들리고…」. 뇌출혈로 오른손이 마비되자 왼손으로 좌수서(左手書)를 이룩했던 서예가 유희강이 65년 여름 가까운 사람에게 선물한 부채위에 쓴 글. 예부터 단오절을 앞두고 임금이 신하들에게 부채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 바로 단오선이다. 선비들끼리 주고받는 부채는 마음의 정표로 시와 그림으로 장식했다. 시원한 바람뿐 아니라 마음의 청량함을 느끼도록 하는 풍류정신이다. 29일부터 내달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대림화랑(02―733―3738)에서 열리는 「풍류와 예술이 있는 선면(扇面)전」은 이같은 조상들의 풍류피서를 보여준다. 윤두서 정선 김홍도 김정희 이상범 등 조선중엽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유명화가 서예가들의 부채그림과 부채글씨 90여점이 전시된다. 이중에는 5천만원짜리(정선의 해산무사도·海山無事圖) 등 고가품도 있다. 부채뿐만 아니다. 그림 도자기 등 최근 조상들의 문화유산을 감상할 수 있는 고미술전이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고미술품 미풍이다. 지난 2일부터 서울 마포구 창전동 죽화랑(02―337―3868)에서 열리고 있는 「조선시대회화의 진수전」. 강세황의 대나무 병풍 등 문화재급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이 전시회는 대학생들의 교육장으로 이용되면서 24일까지였던 전시일정을 6월10일까지 연장했다. 전남대 이태호교수(미술교육)는 학생들과 함께 찾아가 현장에서 강의했다. 홍익대 이화여대 서울대 성신여대 충북대 등의 미술학도들도 교수와 함께 다녀갔다. 한국고미술협회가 지난 15일부터 서울 종로구 공평동 공평아트센터(02―733―9512)에서 열고 있는 「한국고미술대전」에는 그림 도자기 등 모두 2천8백36점이 출품됐다. 하루 3백∼4백명의 관람객이 다녀가고 있다. 협회는 26일까지 전시회를 마친 뒤 팔리지 않은 작품들만을 모아 27일 경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협회 임영주연구실장은 『전시회 출품가격보다 20% 낮은 입찰가격에서 경매가 시작되기 때문에 더 많은 고객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02―762―0442)은 18일부터 내달 1일까지 조선시대 작품과 상호교감을 보여주는 청나라 후기와 근대 중국작품 51점을 모은 「중국근대회화전」을 열고 있다. 이들 작품은 이상적 김병선 민영익 등 추사화파가 중국에서 들여온 작품들이다. 〈이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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