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악판에는 살아 꿈틀거리는 기운이 있었다. 스승의 가락을 전수한 후배 예인들은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 대담한 싹을 틔워 올렸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자기만의 실험은 곁눈질을 받게 되었고, 기존의 소리를 내리 같이 재현하는 것만으로도 「명인」의 월계관이 씌워졌다.
대금 인간문화재 이생강이 새음반 「대금산조」와 「살풀이」를 내놓았다. 이제까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소리」가 가득 담겼다. 엇모리 동살풀이 휘모리의 격동적인 부분도 추가됐다.
연주시간만 70여분. 스승 한주환의 산조가락을 두번 연주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한선생님이 살아계실 때는 그 모형을 받기에만 너무 바빴습니다. 이제야 「이거구나」라는 깨달음이 오더군요. 마침 올해가 연주 50주년을 맞는 해라 전심전력을 다해 만들고 연주했습니다』
이생강은 37년생이다. 『10세때인 지난 47년 전주역앞에서 피리를 불다가 대금명인 한주환선생의 눈에 띄었습니다. 6.25 이후 산조 한바탕을 모두 배우게 됐지요』 대금산조의 창시자인 한숙구 박종기에서 한주환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그대로 이은 것이다.
그는 그밖에 피리 소금 단소 등 거의 모든 국악기를 당대의 최고 명인에게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최근 대금연주의 경향에 대해 불만이 많다. 『대금을 부는 숨은 언 손을 녹이듯 뱃속 깊이에서 내보내야 합니다. 입에서 숨을 내니까 깨지는 소리가 나지요』
그가 생각하는 대금소리의 정통은 청(청공에 붙여 떠는 소리를 내는 갈대막)소리가 2% 정도만 가미되는 연주다. 심지어 청이 없어도 상관없다. 연주도중 청이 찢어지면 그대로 손으로 막아버리고 연주한다. 숨구멍 소리보다 청 소리를 강조하는 요즘의 경향이 마음에 들 리 없다.
그래서인지 그의 산조는 유장하면서 달콤하다. 자극성이 적다.
이번 음반에서 선보인 특색중 하나는 장구장단 추임새 등의 소리가 비교적 「크게」 녹음된 것. 『어떤 이는 시끄럽다고 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공연장에서 느껴지는 모습 그대로를 살려야 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금산조와 함께 출반된 무용음악 「살풀이」에서 그는 태평소와 대금을 번갈아가며 연주했다. 사물놀이 반주의 태평소시나위, 대금중심의 살풀이, 구음이 첨가되는 구음살풀이 등 세가지 유형의 음악이 담겨있다.
〈유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