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응답 세대차이…신세대 『응,난데』 구세대 『철커덕』

  • 입력 1997년 5월 22일 08시 09분


『여기는 △△네 집입니다. 지금은 집에 없으니 삐소리가 나면 메시지를 남겨주세요…삐…』 주부 김윤주씨(48·서울 은평구 신사동)는 전화를 걸다가 자동응답기 소리가 나면 수화기를 그냥 내려놓는다. 김씨는 『일방적으로 목소리를 남기는 것이 무례한 느낌이 들고 왠지 기분도 께름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김씨의 아들(17·C고2)은 요즘 친구들의 무선호출기 음성사서함에 목소리를 녹음하는게 「취미 생활」이 됐다. 전화기를 붙잡고 『오늘 미팅한 여자애는 영 아니더라. 넌 어땠니』라고 혼자말에 열중하는 아들의 모습이 김씨에게는 이해가 안된다. 무선호출기의 음성사서함서비스나 자동응답전화기에 목소리를 남겨뒀다가 나중에 메시지를 전달받는 「시간차 통신」이 최근 크게 늘었다. 이런 통신방식에 대해 신세대와 구세대가 상당히 다른 반응을 보인다. 서울이동통신의 무선호출기 가입자중 음성사서함 서비스 사용자의 비율은 10, 20대가 90%를 넘는데 비해 30, 40대는 50%에도 못미치고 이용률도 저조하다. 서울이동통신 영업전략팀 김종태대리는 『최근 설문조사결과 젊은 이용자 4명중 1명은 「사서함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남겨져 있지 않으면 우울하다」고 응답할 정도로 신세대는 시간차통신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신세대가 밝히는 시간차 통신의 장점은 「통화를 위해 기다릴 필요가 없다」 「직접 통화할 때보다 진지한 얘기를 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할 때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지방대학에 출강하는 이호성씨(31)와 잡지사기자 곽영미씨(29)부부. 주중에는 얼굴조차 보기 힘든 이들에게 자동응답전화기는 부부금실을 지켜주는 「생명선」이다. 자동응답전화기를 이용, 하루에도 몇번씩 둘만의 메시지를 확인한다. 『영미야, 차가 막혀서 늦을 것같다. 먼저 자라』 『술먹고 들어오면 끝장이에요. 맛있는 것 해놓고 기다릴게요. 사랑해요…』 곽씨는 또 『집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낼때 방해가 되는 전화는 응답기가 대신 받아줘 편리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맞벌이 부부들의 필수품이 되면서 무선전화기중 자동응답전화기의 판매비율도 2∼3년 사이 20%가량 증가한 50%선에 육박하고 있다. 음성메시지프로그램 제조업체인 「로커스」의 김형순사장은 기성세대가 시간차통신에 대해 갖는 거부감을 기술발전에 따른 「테크노 스트레스」라고 해석한다. 김씨는 『사람들의 이동성이 높아진 현대사회에 가장 적합한 통신방법인만큼 구세대도 조만간 시간차통신에 적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중현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