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신자 『불교-유교에 호감』…궁합-명당등엔 부정적

  • 입력 1997년 5월 18일 08시 53분


『개신교보다는 전통종교인 불교나 유교에 호감이 간다』 『조상에 대한 제사나 가부장적 질서 등 유교의 가치관은 따르지만 궁합 택일 작명같은 기복(祈福)적인 민간신앙은 인정하기 어렵다』 천주교 우리신학연구소가 최근 전국의 천주교 신자 5백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난 우리 나라 천주교 신자들의 「교회의 한국화」에 대한 인식이다. 이는 지난 14일 서강대에서 열린 「가톨릭교회의 한국화 방향 모색」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조사결과 불교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응답자가 64.3%, 유교는 41%로 개신교의 28.2%를 훨씬 앞질렀다. 호감이 가지 않는 종교로는 무속(89.9%) 천도교(82.5%) 개신교(71.8%) 등이 꼽혔다. 다른 종교에 의한 구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34.5%가 「종교와 상관없이 착하게 사는 사람은 누구나 구원받을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86.5%가 제사를 지내고 있었으며 이들중 59.4%가 유교식으로 제사를 지낸다고 답했다. 「남자어른이 주도권을 가져야 집안 질서가 선다」(55.6%)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다르다」(44.9%) 「이름을 지을 때 집안항렬의 돌림자를 따른다」(40.6%)는 등 유교적 가치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궁합이 나쁘면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다」(16%) 「이름은 그 사람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13.5%) 「명당에 선조의 묘를 쓰면 자손이 잘된다」(20.5%) 등 기복적인 민간신앙에 대해서는 찬성률이 낮았다. 10명중 5명(45.3%)은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토정비결을 본 적이 있으며 10명중 3명(27.3%)은 사주나 관상을 본 적이 있다고 답해 민간신앙을 부정하면서도 실제로는 접촉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대부분이 미사 집전시 사제의 제의착용(94.3%) 여성신자의 미사보 착용(90.4%) 등 서구적인 전례양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옥보다는 고딕식 성당양식을, 한복을 입은 성모자상(聖母子像)보다는 서양식 성모자상을 선호하고 있었으며 한국 순교성인에 대한 선호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응답자들은 천주교회의 토착화 노력에 대해 「한국인이 작곡한 성가의 보급」 「라틴어 미사문의 한글화」 「순교자의 시성 시복운동」 「가톨릭 상례와 제례의식 제정」 「국악미사 시도」 등의 순으로 점수를 줬다. 〈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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