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수출 활기…「비트」등 계약 잇달아

  • 입력 1997년 5월 16일 08시 20분


「97년 칸」을 기억하자. 훗날 97년은 한국영화가 세계영화시장에 진출한 원년으로 회고될 지도 모른다.

올해도 4백여명의 한국 영화관계자들이 칸에 모였다.

그러나 예전처럼 가방째 달러를 싸들고 와서 영화를 사기 위해 집안싸움만 벌인 것은 아니다.

개인은 개인대로,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우리 영화를 팔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닻을 올렸다. 예년에 칸에는 한국을 대표해 영화진흥공사 부스가 있었으나 실적은 거의 없었다. 이번엔 다르다.

삼성영상사업단은 올해 처음 칸에 부스를 차렸다. 「비트」 「쁘아종」 「은행나무침대」 「코르셋」등 25편의 최신 한국영화들을 가져왔다. 「은행나무침대」 「키드 캅」 등은 독일 브라질 터키 쿠바 등에 모두 25만달러(약2억2천만원)어치가 계약됐으며 「비트」는 대만과 유럽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영상사업단측은 영화제가 끝날때까지 50만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림서치는 미국의 인터라잇픽처스와 함께 공동제작할 영화 「아메리칸 드림」(총 제작비 2천5백만달러·약2백20억원)을 6백만달러(54억원)에 프리세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적으로 한국영화를 수출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코미디언 심형래씨는 혈혈단신 자신의 영화를 들고 칸에 나왔다. 그는 누구보다 먼저 칸에 부스를 차리고 어린이 영화를 팔아온 사람이다. 그는 올해 「드래곤 투카」 「파워킹」 「용가리」를 팔고 있으며 지금까지 1백50만달러(약13억원)어치를 계약했다고 말했다.

독일에 사는 한국인 손경우씨가 대표로 있는 「손에손필름」은 한국영화 「둘리」 「악어」 「내일로 흐르는 강」을 팔레(칸영화제 센터)안에 있는 마켓에서 팔고 있다. 손경우씨는 『만화영화 「둘리」는 여러나라 배급사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10만∼30만달러 이하로는 안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화 한편에 4백만달러(36억원·「제5원소」)씩 주고 사는 우리의 영화 수출 실적은 지나치게 미미하다. 작지만 큰 걸음을 시작한 해가 되길 바랄 뿐이다.

〈칸〓신연수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