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심포지엄]『고유문화 접목 「동양만의 꽃」으로』

  • 입력 1997년 4월 5일 09시 20분


《동아일보와 일본의 아사히신문, 중국의 인민일보가 공동주최하는 「21세기 동아시아구축」 국제심포지엄이 4일행사를 끝으로 폐막됐다. 이날 행사는 3부 「교류를 구축한다」토론에 이어 1∼3부를 총정리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주제발표와 토론내용을 요약정리한다.》 ▼李文烈(이문열·한국·소설가)〓일본이 무력을 바탕으로 韓中(한중)을 침략하고 「대동아공영」운운할 때에 비해 문화적 교류를 통한 3국의 접근은 상당히 진보적인 것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문화의 힘은 무력보다 더 불합리하고 더 강요적일 수도 있다. 다행히 이들 3국은 한자라는 공통된 언어, 공통된 전통 등 다른 어느 지역보다 공유하는 것이 많은 지역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대의 강요에 가까운 결속의 필요성이다. 세나라는 근대에 이르러 산업화 과학화에 뒤짐으로써 많든 적든 서구 열강의 억압과 착취에 직면했다. 지금도 남아 있는 이러한 피해의식은 결속의 필요성과 맞물리는 것이다. 게다가 유럽연합(EU)과 같은 블록화 추세는 결속의 필요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공통성과 연대성은 결속을 치명적으로 해칠 수도 있다. 문화적 바탕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을 압도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말이다. 따라서 반드시 거창한 국가연합이나 블록화의 구도를 앞세울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문화교류에 관한 논의는 반작용의 측면에 유의하면서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 ▼馮驥才(풍기재·중국·소설가 겸 화가)〓20세기는 서양문화가 일방적으로 광채를 발한 시대였으나 21세기는 동서 문화가 서로 빛을 발하고 경주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문화는 교류하고 전파되는 과정에서 하나로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제각기 다양하고 풍부한 열매를 맺어간다. 과학교류가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는데 반해 문화교류는 다원적 독자적 형태를 구현한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잠식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문화는 교류를 거침으로써 두배의 이익을 얻는다. 그러나 현대의 문화교류엔 우려할 만한 일도 있다. 과학화 정보화로 인해 국가간의 문화적 장벽이 무너지면서 고유의 독자성마저 상실해가고 있다. 특히 문화전달이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뤄지면서 시류에 영합하는 경박한 표층문화가 국경을 넘나들 위험이 있다. 이처럼 문화교류는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 문화 교류가 자본이나 시장에 의해 완전히 좌우되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계획이 필요하다. 동시에 광범위한 민간교류에 대해서도 지도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양문화의 독자성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다나카 나오키(田中直毅·일본·평론가)〓한중일 3국은 근대 이전까지 공통된 문화가 있었다. 그리고 「중화(中華)」는 한국과 일본에 압도적인 존재였음이 틀림없고 한일은 이 무거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름대로 몸부림쳤다. 21세기 3국의 정치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엔 남북통일을 바탕으로 다양한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인지, 일본은 과연 글로벌리즘을 폭넓게 수용할 것인지, 현재 진행중인 중국의 현대화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등이 변화의 관건이 될 것이다. 문화를 지원하지 않는 정치 경제구조는 무의미하고 평화에 이바지하지 않는 문화는 위험하다. 일본은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고 그 결과는 앞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하니 미오(羽仁未央·일본·수필가 겸 미디어프로듀서)〓아시아인들이 대중매체로부터 정보를 얻는 자세는 아직도 수동적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문화 교류의 확대는 더욱 능동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국경을 초월한 교류는 상당히 가까운 범위까지 발전할 것이다. 특히 앞으로는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가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틈새 미디어의 출현을 가져올 수 있다. 이같은 발전형태는 종래의 대중매체를 상업주의 중심에서 공공의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바꿀 것이다. 예를 들어 두 나라의 시민단체가 협력하여 연구 등을 지원하고 그 성과를 공표한다면 새롭고 구체적인 상호이해를 위한 좋은 체험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21세기 젊은이들은 국경 문화 풍습을 뛰어넘어 흥미와 지식을 동시에 공유하게 된다. 이러한 체험은 세계 평화를 정착시키고 이상적인 사회 건설을 촉진할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 지금의 대중매체에 관계하는 우리의 성인세대는 21세기 젊은이들이 필요로 하게 될 지식이나 설비를 준비하는데 만반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경도〓윤상삼특파원·김재호·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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