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작가, 베스트셀러「아버지」 표절시비

  • 입력 1997년 4월 2일 08시 25분


[권기태기자] 지난해말부터 베스트셀러 수위를 지켜오고 있는 김정현씨의 장편소설 「아버지」에 대해 표절시비가 일고 있다. 영화감독 정길채씨는 최근 「하이텔 문학관」에 자신이 시나리오 주연 감독을 맡았던 영화 「비설(悲雪)」을 김씨가 베꼈다는 글을 올렸다. 이 영화는 지난 95년말 서울 국도극장에서 개봉했다가 흥행에 실패, 보름만에 막을 내린 작품. 정씨가 주장하는 두 작품의 유사점은 의사 친구로부터 암선고(「아버지」는 췌장암, 「비설」은 뇌종양)를 받은 중년의 가장(「아버지」는 50대 고급공무원, 「비설」은 40대 사업가)이 신변을 정리하고 자기 장기를 남(「아버지」는 불특정 타인, 「비설」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기증한채 외롭게 숨져간다는 점이다. 정씨는 『휴머니즘으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작품을 만들었다는 자존심 하나로 버텨왔는데 이렇게 표절까지 당하자 억울한 마음을 가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작가 김씨는 『우리 시대의 슬픈 아버지상을 그려보려는 것이 작품의도』라며 『췌장암 부분은 일부러 경북 영천의 의사 선배에게 찾아가 전문자료들을 구해서 취재했다』고 말했다. 그는 『독자 대부분은 「내 이야기와 똑 같다」는 것이었다』며 『이는 인물설정이 보편성을 띠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문인들도 대부분 표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아버지」에 대해 신랄한 비판의 글을 발표했던 평론가 하응백씨는 『흔한 스토리들이어서 표절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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