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은기자] 제일기획의 연일PD(35). 연일 단발머리를 뒤로 넘겨 아무렇게나 묶고 다닌다. 머리 기른지는 1년반. 청바지를 사면 늘 딱 달라붙게 수선해 입는다. 「해보고 싶다」하면 그대로 하는 성격.
일이 겹칠 땐 하루 세시간씩 자고 한가하면 오히려 불안해지는 생활이지만 마음에 든다. 아직 알아야 할 게 많으니까 그만큼 재미있다.
대학졸업때만 해도 제일기획이 광고회사인 줄도 몰랐다는 그. 광고쟁이가 된 뒤 성격이 많이 변했다. 잠재된 「끼」를 찾으려 애썼고 「잃어버린 고향의 맛 다시다」같은 광고로 몇 번 상도 탔다.
『대학땐 말이 없었어요. 「홀로 괴짜」였죠. 서울대 「자하연」연못가에서 까치 잉어들과 얘기하는 게 일이었으니까요』
지금은 대충대충 사는 거라지만 몸만 그렇다는 얘기 같다. 중학교 때부터 시를 썼던 가락이 남아선가. 혼자 여행을 떠나 밤하늘의 별을 보는 거나 첫 담배,첫 구토의날짜 시간장소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거나 섬세한 구석이 많다.
『서른 다섯이면 인생에 승부를 걸 나이죠.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의 중간. 이제껏 살던 대로 흘러가면 나중에 죽을 때 후회하겠죠』
그는 「포도주같은 인생」을 살고 싶다고 했다. 암만 밟히고 짓이겨져도 마지막엔 자기 색깔이 있는 투명한 물로 걸러져나오는 포도주.
스포츠 미술 노래…. 이제껏 이것저것 「안 해본 것 빼고 다 해봤지만」 얼마 전부턴 일에 관계되는 것들로 범위를 좁혔다. 영어와 크로키 배우기.
미혼. 부모와 살다 따로 아파트를 얻어 나온지 석달이 됐다. 옷을 아무데나 벗어놔도 되고 새벽 세시에 깨어 돌아다녀도 되고…. 나자신밖에 신경쓸 게 없어 편하다.
『꿈이요? 말할 수 없어요. 꿈은 내 머릿속에 있는 거니까』
한참을 뜸들이던 그는 막판에 오랜 꿈 하나를 털어놓는다.
『대학때 시를 포기했어요. 힘든 삶에 부닥쳐 보지도 못한 머리굴림과 말장난 같아서. 죽기전에 내가만족할 수있는 글을 단 몇 줄이라도 써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