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기자] 「데이트족은 어린이놀이터를 조심하세요」.
최근 아파트단지 어린이놀이터에 감시카메라가 잇따라 설치되면서 웃지못할 상황이 자주 빚어지고 있다.
연인들의 데이트 장면이 모니터에 잡혀 입주자들이 당황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서울 서대문구 무악재 청구아파트, 마포구 도화동 삼성아파트, 도봉구 창동 대우아파트 등 최근 지어진 아파트들은 놀이터에 폐쇄회로 카메라를 설치해 부모들이 거실에서 TV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창동 대우아파트 김모씨(33·자영업)는 『저녁을 먹고 무심코 모니터를 켰는데 젊은 남녀가 놀이터에서 다정하게 껴안고 입을 맞추는 장면이 나와 얼른 채널을 돌렸다』고 말했다.
홍제동 청구아파트 주부 최모씨(36)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최씨는 『우연히 모니터를 켰는데 자세히 보니 남녀가 부둥켜안고 있었다』며 『놀이터가 4개라 잠깐씩 비춰지면서 자동으로 다른 놀이터로 넘어가게 돼 있어 낯뜨거운 순간을 모면했지만 식구들이 매우 어색해 했다』고 말했다.
아파트관리사무소 관계자들은 『예기치않은 장면이 가끔 잡히기 때문에 클로즈업 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며 『놀이터에서는 일단 행동을 조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아이들이 서로 싸우는 장면이 비치는 바람에 어른들까지 서로 서먹해지기도 한다. 의자에 누워 있던 취객이 경비원에게 쫓겨가는 장면이나 청소년들이 어슬렁대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